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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조각 퐁듀에 떨군 벌칙은 볼 뽀뽀

  • 2014.12.26(금) 09:37


요즘처럼 추운 연말, 이국적인 음식으로 한 해를 보내고 싶다면 스위스 전통음식 퐁듀가 어울린다. 뜨겁게 녹인 짙은 풍미의 치즈에 빵을 찍어 먹는 치즈 퐁듀도 좋고 달콤한 초콜릿에 과일이나 과자를 곁들인 초콜릿 퐁듀도 맛있다. 아니면 한국과 스위스를 합친 퓨전요리 주꾸미 퐁듀,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맛은 좋은 치킨 퐁듀, 별 퐁듀가 다 있다 싶은 신상품 패스트푸드, 햄버거 퐁듀도 있다.

 

이맘 때 특히 퐁듀가 어울리는 이유는 눈 내리는 겨울밤, 스위스의 알프스 풍경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뜨거운 치즈에서 알프스 목동과 농부의 사랑과 눈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퐁듀는 스위스가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 목동들이 알프스 산골짜기에서 겨울을 나면서 먹었던 음식이다. 돈 없는 목동들이 겨울에 먹을 양식이라고는 가을에 거둔 포도로 담근 포도주와 저장해 놓은 치즈,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빵 덩어리가 전부였다.

 

목동들은 추위와 시장함을 이기기 위해 포도주를 끓이고 여기에 치즈를 녹인 후 딱딱한 빵을 찍어 먹으며 겨울을 보냈다. 치즈에 굳은 빵을 적시면 부드러워져 한결 먹기가 편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고소한 치즈 덕분에 알프스 산골짜기를 불어오는 찬바람에 언 몸도 녹을 수 있었다.  

 

눈 쌓인 알프스 마을에서 목동들은 이렇게 겨울을 보냈고 퐁듀를 나누어 먹으며 힘을 합쳐 젖소를 돌봤다. 퐁듀를 스위스에서 단합의 음식이라고 부르고 스위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울푸드로 삼는 까닭이다. 사실 퐁듀는 치즈 퐁듀가 전부가 아니다. 초콜릿 퐁듀나 퓨전 퐁듀처럼 나중에 개발된 퐁듀 이외의 전통 퐁듀도 종류가 여럿이다. 

 

알프스의 목동들이 주로 먹었던 퐁듀는 치즈 퐁듀지만 농부들은 또 다른 종류의 퐁듀를 먹었다. 프랑스 쪽 알프스에서는 퐁듀 부르기뇽이라는 요리가 발달했다. 포도 농장의 농부들이 버터나 올리브 기름을 뜨겁게 끓인 후 여기에 소고기 등을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퐁듀다. 스위스 버전의 샤브샤브와 비슷하다.

 

이탈리아 쪽 알프스에서는 또 다른 퐁듀를 먹는다. 유럽판 멸치인 앤초비 소스를 올리브 기름과 함께 끓인 후 홍당무나 샐러리, 콜리플라워 같은 채소를 찍어 먹는다. 일종의 야채 퐁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역시 포도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 사이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알프스 산골짜기에서 마을마다 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동네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면서 발달시킨 것이 바로 스위스 전통요리 퐁듀다.

 

참고로 퐁듀를 먹을 때는 유래가 불분명한 규칙이 있다. 그저 재미로 만든 놀이일 수도 있고 유럽 음식으로는 드물게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음식인 만큼 조심하라는 의미도 있다.

 

다 함께 먹는 퐁듀 냄비에 먹고 있던 빵 조각이나 고기, 혹은 채소 부스러기를 빠트리면 벌칙을 받아야 한다. 여자가 빠트렸다면 옆에 앉은 남자에게 가볍게 볼 뽀뽀를 해야 한다. 반대로 남자가 빠트리면 와인 한 병을 사는 것이 예의다. 혹시 이래저래 건수를 만들고 싶다면 일부러 빠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벌칙을 받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보상이 돌아간다. 빵 조각을 한 번도 떨구지 않았다면 퐁듀를 다 먹고 난 후 냄비에 눌어붙은 치즈를 긁어 먹을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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