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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과메기가 유명해진 진짜 이유

  • 2014.12.05(금) 08:21


과메기는 포항 특산물이다. 원래 청어를 바람에 말려서 만들었다. 청어는 전국적으로 잡혔던 생선이다. 포항은 물론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의 해주 앞바다에서도 무더기로 잡혔다. 때문에 말린 청어는 옛날 조선에서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 겨울철 생선이었다.

 

그렇다면 전국 어디에나 말린 청어가 있었는데 왜 하필 포항 과메기가 유명해진 것일까?

현지에서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바람이 다 똑같은 바람이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포항 구룡포 바람은 다르다는 것이다. 겨울철 구룡포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북서풍과 만나 건조하지도, 또 습하지도 않은 바람이 불기 때문에 이 바람에 말린 청어 과메기가 맛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포항 과메기가 맛있고 그래서 유명해졌다는 설명에는 어딘지 작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포항 과메기가 유명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조선 중중 때 발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의 포항인 영일현(迎日縣)을 설명하는 조항에 포항 과메기가 특별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청어가 제일 먼저 영일현으로 몰려오는데 잡은 청어는 나라에 먼저 진상하고 난 후 각 고을에서 청어를 잡기 시작한다. 잡히는 청어가 많고 적음에 따라 그 해 풍년을 점쳤다"

조선 중기 겨울철 청어 잡이가 제일 먼저 시작되는 곳이 포항의 영일만이었다. 하지만 제일 먼저 잡혔다고 과메기가 포항의 특산물이 될 수 있을까? 바람 때문에 맛있다는 설명만큼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포항 과메기가 맛있는 이유는 조선 후기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짐작할 수 있다.

"청어는 북쪽에서 먼저 보이는데 관동지방의 해안을 따라 내려오다 음력 11월이 되면 영남의 울산, 장기 바다에 나타난다.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점점 더 작아진다. 상인들이 멀리 서울까지 수송하는데 반드시 동지 전에 도착해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장기(長鬐)는 지금의 포항 호미곶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성호사설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청어떼가 동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내려오다 포항 앞바다에서 제일 먼저 잡히는데 이때가 제일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것이 맛있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영일만에서 잡힌 청어를 제일 먼저 임금님께 진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청어는 왜 소금도 뿌리지 않고 그냥 바람에 말려 과메기로 만들었을까? 문헌적 근거는 없지만 짐작은 할 수 있다. 청어에 뿌리는 소금마저 아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중기에는 소금 값이 싼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청어는 돈 들여 소금을 뿌릴 가치조차 없는 생선이었다. 그러니 간단하게 내장을 손질한 후 널어서 바람에 말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청어가 소금조차 뿌릴 가치가 없었던 이유는 너무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물 반 고기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19세기 무렵만 해도 배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청어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청어가 알을 낳으려고 해안을 따라 몰려오는데 수억 마리가 대열을 이루어 바다를 덮을 지경"이라고 했다.


이렇게 흔한 생선이었으니 소금을 뿌리는 것도 아까워 그냥 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며 말린 것이 지금의 과메기가 됐다. 올해는 청어가 많이 잡혀 원조 청어 과메기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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