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근로자, 샐러리맨…어떻게 호칭하든 간에 어느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월급 혹은 연봉, 그리고 일하는 시간일 것이다. 이는 월급쟁이, 피고용인 뿐 아니라 고용자,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다뤄진다. 정치권이 노동자의 권익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활성화, 기업살리기를 위한 인건비 조정에 초점을 맞출 지 재계, 노동계 모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 통상임금, 재계 "기피 1순위"…노동계 "관철"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통상임금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 '핫 이슈' 중 하나다. 국회 환경노동위에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라와있다.
통상임금은 시간외 수당 금액을 정하는 기준인데도 현행법상 규정이 모호하다. 핵심은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느냐다.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 근무를 할 경우, 퇴직금 산정 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금액이 정해진다. 따라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초과 근로수당과 퇴직금도 함께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용자측은 "도저히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월급을 받는 회사원들은 유리해지지만 기업들은 임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은 정반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정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38조6000억원, 임금 총액의 8.9%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보다 중견·중소기업들이 더 비상이다. 중소기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 보다는 인건비 압박이 큰 중소기업이 견딜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를 아우르는 경제5단체장들은 지난 2일 회동을 갖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토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의 '기피 1순위 법안'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여타 경제민주화 법안들과 달리 통상임금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톡특한 상황이다.
반면 노동계에선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상여금을 배제한 통상임금구조가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를 부추긴다"면서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 '야대' 환노위..협상 난항 예상
새누리당은 노사정 합의로 통상임금 문제를 논의할 것을 주장하며 신중하게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 현안과 함께 묶어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통상임금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법원의 판결로 문제가 부상한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
그러나 야당은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입법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는 7명인 새누리당 의원보다 야당 의원이 8명으로 더 많은 '여소야대' 위원회. 환노위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0' 상임위로, 국회 상임위 중 가장 야당의 목소리가 강한 '강성 상임위'로 불린다.
환노위원장은 민주당 신계륜(사진) 의원이고, 이 법안을 각각 발의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진보 노동계 진영의 대표적인 '여걸'이다. 재계와 새누리당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대법원은 5일 공개변론을 가진데 이어 조만간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인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회는 곧바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 휴일근무 연장근로에 포함…대체휴일제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지난 2004년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토·일요일 휴일근무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근로자가 1주일에 최대 68시간(주 40시간+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연장근로 12시간)까지 근무해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민주당 한정애, 새누리당 이완영·김성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왼쪽)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오른쪽) 의원 등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통과 가능성이 가장 커보인다.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이어지는 월요일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도 역시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최근 설·추석 연휴에 대해서만 대체휴일제를 적용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는 당초 지난 4월 대체휴일제 전면 도입에 관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켰지만 정부와 재계가 반발해 9월 국회로 연기했다. 4월 안행위 방안대로 대체휴일이 모든 공휴일에 적용되면 연평균 1.9일의 휴일이 늘지만, 설·추석 연휴만 적용할 때는 불과 0.9일 늘어나는 데 그친다.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왼쪽) 의원은 "정부의 방안이 (지난 4월) 국회 논의내용보다 축소돼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면서 "9월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을 하겠지만, 최소한 어린이날을 대체휴일제 적용에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이찬열(오른쪽) 의원은 "최소한 3·1절, 개천절, 한글날은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며 "나아가 어버이날도 대체휴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에 재계는 당연히 반대다. 경총 관계자는 "2010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연 2100시간대인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단축한다'고 합의했는데 정치권이 이를 무시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특히 중소기업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되더라도 재계가 생산성 차질 등을 들어 반발할 경우 등에는 법사위나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