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 성장"이라며 "혁신 성장은 소득주도 성장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 성장은 `소득주도 성장` `공정 경제`와 함께 J노믹스의 경제 기조인 `사람중심 경제`를 구성하는 3대 축이다. 하지만 혁신 성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 소득주도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 대신 혁신 성장이 강조되면 `분배`에 밀렸던 `성장`이 강조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 소득주도 성장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 성장의 엔진을 수요 측면에서 찾고, `혁신 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찾는다. 소득주도 성장은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여력이 늘어나 생산이 증가하는 식으로 경제가 선순환한다고 본다.
☞소득 늘리는 방법
- 일자리 확대 (공공부문 81만개)
- 최저임금 인상(올해 6470원→내년 7530원)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기업 주도, 민간기업 확산)
-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해소
# 혁신 성장
혁신 성장은 규제 개혁과 신산업 발굴 등 공급 사이드를 혁신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려 구매력을 키우자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 전략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대략 중소·벤처기업 성장지원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육성 등으로 모아진다.
(혁신 성장은 창업·중소기업·벤처기업·4차산업혁명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개념만 세워진 상태다.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직 장관도 임명하지 못했다.)
☞중소·벤처기업 성장지원
-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 확대
- 중소기업간 협업생태계 구축
-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축소 통한 중기 인력난 해소
- 기업 성장단계별 지원으로 혁신창업 활성화
☞4차 산업혁명 대응
-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 및 추진계획 수립
- 5세대 이동통신·사물인터넷 등 혁신적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
- 2022년까지 스마트형 공장 2만개 보급
- 서비스산업 혁신 로드맵 수립
- 고부가·융복합 서비스산업 집중 육성
# 장하성 vs 김동연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이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옮겨가면 경제부총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이 주도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홍 수석이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는데, 2년 전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론,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인가’라는 포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통신료 인하, 건강보험 보장 확대 등을 제시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이른바 ‘임금주도 성장론’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은 소득(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고 본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라고 보는 주류 경제학과 반대다.
정부 내에서 혁신 성장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사람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는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성장이어야 혁신 성장으로 가는 길"이라며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을 허물고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이익 추구 행위를 죄악시하는 건 옳지 않다"며 "기업가 정신을 키워서 창업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소득증가→소비증가→투자증가→성장률 증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성장은 일면 타당하지만 글로벌화에 따른 경쟁 격화로 현실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구조상으로도 임금상승을 통한 소비 확대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 다시보자 변양균
정부가 혁신 성장을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꺼내들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숨은 설계자’로 평가 받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김동연 부총리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6월 `경제철학의 전환`이란 책을 출간해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슘페터식 공급 혁신’을 제안했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조지프 슘페터의 철학을 받아들인 정책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가가 자유롭게 생산요소(노동 토지 투자 왕래)를 결합해 공급 혁신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의 자유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자유와 기업가의 자유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서는 실업급여 대폭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반값 대학 등록금 및 고교 무상교육 등을 통해 사회 안전망을 확대해야 하고 기업가의 자유를 위해서는 경영 합리화를 위한 정규직 해고 허용, 파견 허용업종 확대, 정규직 고용형태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변양균 전 실장은 또,
▲땅값이 오르는 건 쓸 수 있는 토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풀고 그린벨트도 해제하자.(토지의 자유)
▲기업의 자금 공급원인 은행이 전당포 영업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벤처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금융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자.(투자의 자유)
▲우수한 노동력 확보와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왕래의 자유`를 허용하자. 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