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이후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스튜어드십코드 제도가 아직 미비하다는 정 반대의 분석도 나왔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의 공동주최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토론회에서는 학계와 비정부기관, 의결권자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채이배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올해 주총이 매우 부각됐지만 사실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정치·정무적 판단에 따라 주주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 대한 이사선임은 반대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의 이사 선임에는 기권을 내 던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국민연금이 이번 대한항공 사례에서 보여준 스튜어드십 코드 진행과정을 중심으로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연대해 개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전체적인 방향"이라며 "문제는 이번 대한항공도 주주총회 전날까지 수탁자책임위원회가 모여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하는 등 매우 촉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스튜어드십 코드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기업에 이를 요구하고 오는 2020년에는 사내이사 추천까지도 해야 하는데 인력풀 확보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며 "국민연금이 반대해서 부결될 거 같으면 반대하지 않고 반대표가 의결될 거 같으면 반대한 것이 이번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에만 제한적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위해 확대 개편한 수탁자책임위가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막아서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정비부터 현재 수탁자책임위 구성 변화를 강조했다.
박상인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준칙주의를 적용해 수탁자책임위의 자의적인 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표결로 주요 사항을 결정하면 경제·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정민 연구위원은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10%룰)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심각한 제약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행사(경영참가목적으로 전환)하기 직전에 거래를 즉각 중단하도록 위탁운용사에 통보하고 해당 시점부터 6개월 단위로 일괄 매매하도록 해 반환금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영국의 재무보고위원회(FRC)는 티어링(tiering) 시스템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여부를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FRC와 같은 기관이 없으니 국민연금이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또 "현재 수탁자책임위 위원도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나 ESG전문가들로 구성해 현재 논란이 많은 위원회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 정책위원장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고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이 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며 "현재처럼 여러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기계적 중립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책임투자 연차보고서를 마련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수준을 공개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위탁한 모든 운운용사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