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분양가상한제라는 폭탄을 맞으며 암울해진 분위기다.
그동안 해석이 모호했던 리모델링 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적용된다(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상일 경우)'고 못 박으면서다.
수천만~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게 생긴 조합들은 일반분양 물량 감축, 마이너스 옵션 등을 검토하며 최대한 손해를 덜 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다, 정부가 활성화를 유도했던 사업에 도리어 규제의 칼을 들이밀자 추진 동력 자체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 리모델링도 분담금 폭탄…일반분양 축소 등 검토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리모델링 사업은 상한제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됐다.
재건축에 비해 사업 추진 과정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상한제의 직격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기준 연한이 준공한 지 15년으로 재건축 기준연한(30년)의 절반에 불과하고, 안전진단 기준도 B등급만 나와도(재건축은 D등급 이하) 수직증축이 가능하다. C등급이라면 수평증축과 별도 건물 증축을 할 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나 조합원지위 양도 제한 등의 규제도 없다.
여기에 지난 2014년부터 기존 가구의 15%까지 일반 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검토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생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서울 40곳, 경기 13곳 등 총 53곳에 달한다.
최근엔 주택 분양 최대 먹구름인 상한제도 피해갈 수 있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지난 15일 해명자료를 내고 "리모델링주택조합이 공급하는 주택도 상한제 적용대상"이라고 못박았다. 리모델링 단지도 일반 분양 물량이 30가구를 넘으면 상한제를 적용 받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리모델링 아파트도 다른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수천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조합들은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현대아파트다. 용산구 내 첫 리모델링 단지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이촌현대아파트는 상한제 적용 시 추가로 내야할 분담금이 가구당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근수 이촌현대 리모델링 조합장은 "조합 1가구 당 평형별로 분담금 2억~3억원이 잡혀 있는데 상한제를 도입하면 1억원 정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반분양 물량이 97가구인데 이를 29가구로 줄여서 상한제를 피하거나, 마이너스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려할땐 언제고 이제와서'…점점 위축되는 사업
업계에선 상한제 적용 후 리모델링 주택 사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까지 30가구 이상 일반분양한 사례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펴 보지도 못하고 지는 셈이다.
리모델링은 사업 추진 속도는 빠르지만 평면, 수익구조 등의 한계로 활성화되지 않아 정비업계에선 그 비중이 미미하다.
가장 큰 걸림돌인 내력벽(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벽) 철거가 막혀 있어 아파트 평면을 새로 짜는데 한계가 있고, 수직 증축이 최대 3개 층까지만 가능하다. 일반분양 허용 범위가 적어 입주민 부담이 큰 점도 사업 활성화를 막고 있는 요인이다.
그나마 일반분양분 15%로 사업비를 충당하는데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그마저도 가로막히면서 입주민 부담은 더욱 커진다.
관련업계는 재건축 처럼 투기 대상이 되거나 수익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리모델링까지도 상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은 재이주율이 90% 이상이고, 평면 등이 신축 아파트와 비교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양가도 시세보다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며 "리모델링을 수익사업, 투기를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리모델링 주택 조합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우니까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두 차례나 법을 개정해서 일반분양 물량을 15%까지 허용한 것"이라며 "이런 조건에서 사업을 시작한 건데 상한제를 적용한다면 기존 취지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상한제 적용 시점 등이 확정되기 전까진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보기도 했는데 현재로선 상한제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굳이 리모델링 사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