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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상한제 적용 '리모델링' 속만 끓이는 이유

  • 2019.10.08(화) 10:15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 재건축‧재개발 연합 집단반발
정작 10‧1대책 혜택서도 빠진 리모델링 조합은…"눈치보는중"

"분양가 상한제요? 리모델링 단지는 집회도 못 나가요."

서울 지역 A리모델링 단지 조합장에게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대처방안을 묻자 한숨과 함께 돌아온 답입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 골조 위에 일정 규모로 층을 더 올리거나(수직증축),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수평증축) 방식으로 증축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적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활성화를 독려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리모델링 단지도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일반분양 30가구 이상일 경우)됐고요. 10‧1 대책에선 집값 상승을 주도한 재건축‧재개발 단지엔 상한제 적용 유예 기간 6개월을 부여하면서, 리모델링 단지는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았습니다.

분양을 준비 중인 리모델링 조합 입장에선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도 없습니다. 조합들이 속만 끓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리모델링 조합들의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리모델링 단지도 30가구 이상 일반분양할 경우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기 때문인데요.

조합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리모델링은 정부 차원에서 활성화를 추진한 사업인데다, 투기를 우려할만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게 부적절하다는 거죠.

실제로 리모델링은 '수선' 개념이라 큰돈을 들여 뜯어 고쳐도 최대 3개층, 기존 가구수 대비 15% 증축만 가능합니다. 일반분양분이 적어 조합원이 이익을 남기거나 사업 추진 비용을 조달하기도 어려운 구조고요.

이런 특성에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은 잔뜩 규제하면서, 리모델링 규제는 조금씩 풀어주며 활성화를 유도해 왔습니다.[상한제 불똥]리모델링도 추가분담금 "1억원 더 낼 판"

하지만 활활 타오를줄 알았던 불씨는 금방 사그라졌습니다. 불을 지폈던 정부가 갑자기 찬물(분양가 상한제)을 끼얹은거죠.

더군다나 상한제 보완 방안을 담은 '10‧1 대책'에서는 '형평성 논란'도 나왔습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나 지연주택조합에는 6개월의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을 주면서 리모델링 단지는 제외시켰기 때문인데요.

국토교통부는 상한제 적용 유예를 통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음에도 분양 단계에 이르지 못한 서울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단지 61개 단지(6만8000가구)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반면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40개 단지(부동산114 추산) 중 일반분양분이 30가구가 넘는 단지는 상한제 타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죠.

'30가구 이상' 일반분양하는 첫 단지가 될 용산구 이촌현대 리모델링단지(97가구 분양 예정)의 경우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세대당 1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려던 단지들이 지레 겁을 먹고 사업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근수 이촌현대 리모델링조합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투기의 수단이 된다고 보면서 나온 정책"이라며 "하지만 리모델링은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을 수선하는 개념으로 기존 가구에서 30~40%씩 늘릴 수 있는 걸 절반만 늘리고 나머지는 분양해서 분담금을 줄이겠다는 취지라 동일한 선상에서 보는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백 가구도 아니고 이촌현대처럼 맥시멈으로 분양하면 100가구 정도 분양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리모델링으론 첫 사례가 될텐데, 사업성 없는 모델이 나오면 누가 하려고 하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리모델링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용적률 규제 등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리모델링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그래서 잔뜩 독려했던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와서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도시재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실제로는 사업에 대해 정확히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며 "리모델링 사업을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걸 보면 투기 대상으로 본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상한제 적용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 리모델링단지 조합은 "상한제 관련해서 불만이 많은데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라 말도 함부러 못한다"며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하려면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국토부에서 좀처럼 통과를 시켜주지 않아 '올스톱'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상한제 반대 집회를 할 때 리모델링 조합장들도 함께 나가기로 했었다"며 "하지만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 조합들이 있어서 괜히 집회했다가 밉보일까봐 결국 못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잔뜩 속을 끓인 조합들은 일단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상한제 시행령을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규제를 조급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정책의 취지를 살필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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