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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뛰지 말랬지!" 말 필요없는 LH 아파트 온다

  • 2024.11.24(일) 17:04

LH, 3기신도시부터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기술모델 정립 "도서관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
"비용 LH가 책임" 기축 소음저감도 연구용역

쿵. 쿵. 쿵.

누구나 한 번쯤 윗집에서 들리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늘어난 뒤 '층간소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소음'에 대한 기준도 천차만별이고,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내 집에서조차 편히 못 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상해·살인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층간소음은 단순 이웃 간 불화를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앞으로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공주택 설계 시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전면 적용한다고 밝혔다. 공공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을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으로 줄인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 세종시 LH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 건립된 'dB35Lab' 전경/사진=김미리내 기자

LH는 이를 위해 세종시에 위치한 'LH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35랩(Lab)'을 건립하고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했다고 밝혔다. 1등급 기준(37dB 이하)을 뛰어넘는 '35dB'이 목표다. 지난 21일 '데시벨35랩'을 찾아 1등급 수준의 층간소음 기술을 직접 체험해 봤다. '쿵쿵' 대던 아이 발망치 소리 '콩콩'으로 

층간소음 기준/그래픽=비즈워치

층간소음에서 민원이 가장 많은 소리는 쿵쿵대며 걷는 '발망치' 소리다. 아이들이 뛸 때 나는 이 같은 소리로 인해 '까치발로 걷게 하라'며 이웃 간 불화가 생기는 일도 종종 있을 정도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정한 층간소음 기준인 4등급(46dB~49dB)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47~48dB 수준이다. 

1등급은 37dB 이하로 가장 높은 등급이며, 4dB 차이로 등급이 매겨진다. 기존에는 4등급 기준만 충족해도 준공 승인이 났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는 1등급 기준을 맞추지 않을 경우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는 강경책을 내놓은 상태다. ▷관련기사 : 층간소음 못 잡으면 준공 승인 못 받는다는데…(2023년 12월11일)

환경부에 따르면 4등급은 피아노 연주 소리, 금속 접시가 낙하하는 소리에 준하는 소음 수준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이 같은 소음을 견디며 생활해 온 것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소음은 수면 깊이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1등급인 35dB 수준은 세계보건기구(WHO) 침실 기준으로 수면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실제 dB35랩에서 들어본 4등급과 1등급 간 아이가 달리는 소리 차이는 컸다. 4등급의 경우 가볍게 뛰는 아이 발소리가 아래층에서 47~48dB로 들리는 반면, 1등급은 32~33dB로 낮게 들렸다.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용한 상태에서 듣지 않으면 신경쓰이지 않는 정도였다. 

데시벨35랩에서 확인할 수 있는 층간소음 4등급과 1등급의 아이 뛰는 소리 데시벨 차이/사진=김미리내 기자

데시벨35랩에서는 발디딤뿐 아니라 러닝머신, 의자 끄는 소음을 비롯해 등급별로 느껴지는 층간소음을 확인 수 있다. LH에서 개발한 1등급 공법이 적용된 시설에서 위층에서 내는 소리를 아래층에서 실제 들어볼 수도 있다.

바닥 충격음 외에도 LH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내에는 환풍기 소리 등 다양한 생활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벽 등을 통해 생활소음이 옆집, 아랫집 등에 어느 정도로 전달 되는지 직접 체험하고 교육하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1등급 보편화 '3기 신도시'부터

LH는 1등급 층간소음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1군 건설사들도 층간소음 1등급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해당 기술을 가져와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비용 문제로 해당 건설사조차 아직 기술을 전면 적용하지 않아 제품화나 범용성이 떨어지는 데다 특허 등 독점문제로 상용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LH는 중소기업 등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요소들을 결합해 연구하고 실제 현장 실증을 통해 1등급 기술 모델을 완성했다. 슬래브(아파트 바닥 콘크리트)와 완충재, 난방배관이 들어가는 상부 몰탈(시멘트에 모래를 섞어 강도를 높인 것) 모두에 소음저감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LH는 슬래브 두께를 기존 210mm에서 250mm로 늘려 1차 소음을 차단하고, 복합완충재를 통해 차단된 소음을 흡수하는 기능을 향상했다. 그 위 난방배관 부분에 고밀도 몰탈로 차음 성능을 강화하고 배관 고정에 철망 형식의 와이어메쉬를 통해 강성을 높여 추가 차음효과를 높이는 공법을 개발했다. 

김병문 LH 주택성능개선팀장은 "47가지 기술모델을 토대로 총 9차례에 걸친 현장 실증과 1347번의 성능테스트를 진행했다"면서 "복합완충재와 고밀도 몰탈 핵심 기술요소 등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 주택설계부터 전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4등급과 1등급의 바닥구조 비교/사진=김미리내 기자

김 팀장은 "3기 신도시 뉴홈(뉴:홈)에 이미 250mm 슬라브 설계가 적용됐다"면서 "여기에 복합완충재, 고밀도 몰탈이 추가 적용돼 3기 신도시부터 1등급 기준이 모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두꺼워진 만큼 올라가는 분양가는 누가?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1등급 층간소음 구조를 개발하고도 전면 적용하지 않은 것은 보강재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비용과 분양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4등급에서 1등급 수준으로 높일 때 공사비는 가구당 약 400만원 정도 더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LH는 추가되는 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취임 일성으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꼽았던 이한준 LH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양가 상승이 없이) 원가절감을 통해 충분히 공급자 측면에서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바닥 두께를 더 얇게 하면서도 1등급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층간소음 문제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비용감축은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H는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35랩'을 내년 3월 전면 개방해 중소기업에 테스트베드로 제공할 계획이다.

민간의 신기술 발굴을 돕고 다양한 1등급 기술요소 시장화를 지원, 기술 고도화로 비용을 절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벽식구조 외에 라멘(기둥구조)식 시험 공간의 확대 공사를 진행 중으로 완공 시 1년 이상 걸렸던 신기술 인증도 6개월 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해 전파할 계획"이라며 "자체 기술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지원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H는 아울러 기축 아파트에도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현재 공법들은 신축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면 리모델링이 아닐 경우 구축 적용은 어렵다"며 "다만 이와 별개로 석고보드를 2배 두께로 하는 등 연구용역을 통한 실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닥뿐 아니라 옆 세대와의 벽간 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벽간 소음 1등급 벽체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설계에 반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도록 해 배관소음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한준 사장은 "층간소음은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의 당면과제"라며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라멘구조, 모듈러 주택 등 새로운 유형에도 1등급이 적용하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30년 되면 재건축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내구성 좋은 장수명 아파트를 지어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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