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동→495개동'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시장에서 매물 잠김 현상을 우려하는 것과 달리 정부는 '공급은 문제 없다'며 수요를 더 옥죄기로 했다.
주택 구입에 대해서도 자금출처를 전수조사하고 실거래가 상설조사팀을 만들어 '주택거래 허가에 버금가는 수준'의 촘촘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편법이나 우회로를 차단하는 걸 사실상 1순위로 두는 모습이다.
다만 서울시 주관으로 '정비사업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30만 가구 공급 계획에 속도를 내면서 실수요자를 위한 도심 내 주택공급의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강조했다.
◇ 분양가 상한제 "3차, 4차 발표도 있을것"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금융위원회는 16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이 기존 서울 지역 27개 동에서 서울, 경기권 총 495개 동으로 확대 지정됐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발표(11월 6일) 때 예고했지만 과열 양상이 풍선 효과로 확산되고 일부 고분양가 관리 움직임이 있어서 상한제 적용지역을 추가 지정했다"며 "앞으로도 시장을 모니터링해서 고분양가 관리 회피 움직임 등 불안 양상이 나타나면 3, 4차 추가 지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첫번째 상한제 적용지역 발표는 집값 과열 지역을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한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동에서 자치구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범위를 넓혔다.
집값 상승을 선도한 서울 13개 자치구 전 지역(총 445개 동)과 서울 5개구 37개 동, 경기 과천‧하남‧광명시 13개 동 등이다. 서울 13개구와 경기도 13개 동은 집값이 서울 평균 또는 수도권 평균보다 1.5배 높아서 지정됐다. 노원구, 금천구, 동대문구도 거론됐으나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력이 낮아 제외됐다.
이 밖에 강서, 노원, 동대문, 성북, 은평 등 서울 5개 자치구는 주요 정비사업 이슈 등이 있어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됐다.
국토부는 지난 주 주택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서면 심의를 거쳤다. 다음 날인 17일에 지역이 지정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주택 거래도 더 촘촘히 들여다본다.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고가주택의 자금출처를 국세청이 전수 분석하고 탈세혐의자는 세무조사한다. 국토부‧감정원에 상설조사팀을 신설하고 국토부 조사팀에 부동산 조사 전담 특사경 인력을 증원해 불법전매, 청약통장 거래 등 불법행위를 단속한다.
최근 한남3구역 등 논란이 불거진 수주경쟁 과열에 따른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매각 등 시장 교란행위를 엄중 조치하기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합동점검도 상시화한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은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 및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취득시로 확대한다.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실거래 신고 시 자금조달 계획서와 함께 신고 관련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출토록 한다. 소득금액이 없는 미성년자가 증여신고 없이 자기자금을 과다 보유하고 있는 등 이상거래가 의심되면 실거래 상설조사팀을 통해 과태료 부과, 관계기관 통보 등을 조치한다.
공급질서 교란행위 및 불법전매 적발 시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10년간 청약 금지한다. 투기과열지구, 대규모 신도시의 거주기간도 1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강화한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 당첨 시 10년, 조정대상지역 당첨 시 7년간 재당첨 제한한다.
◇ 매물잠김?..."공포 마케팅일뿐"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시장에서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만큼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일종의 공포 마케팅으로 작용해서 시장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매년 4만 가구 이상 주택이 공급되고 있고, 135개 정비사업장에서 13만1000가구가 착공을 했거나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주택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30만 가구 중 서울시 내 4만 가구(62곳)는 주택사업승인 등 정상 추진 중으로, 서울시가 4만가구 이외 용적률 완화 등 도시규제 개선을 통해 2023년까지 5만5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도심부지(4만 가구)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내년까지 1만5000가구 이상 사업승인을 완료하고, 이중 1000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진행키로 했다.
연내 지구지정이 완료될 15만 가구(13곳)는 내년 하반기까지 지구계획 수립을 추진하면서 주민 협의 등을 거쳐 토지보상에 들어간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공기업 참여 등 공공성을 갖추면 사업확대를 지원하고 일반사업도 부담금 완화, 건축규제 완화를 통해 지원을 강화한다.
투기과열지구도 가로구역 확대를 허용하고, 공공성 요건 충족 시 사업시행 면적도 1만㎡에서 2만㎡까지 확대하고 상한제 적용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
상한제에 따른 '매물 잠김'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 내 분양을 앞당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정비사업에 대한 상한제 6개월 유예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54개 단지, 6만5000가구)는 사업진행을 추진 중이지만 철거 이후에도 굴토심의, 분양보증 등 행정절차에 약 두 달이 소요된다.
이에 서울시 주관으로 '정비사업 지원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사업추진 동향 및 문제점을 공유하고 장애요인을 사전에 없앤다는 방침이다. 관할구청, 조합이 참여한다. 필요 시 국토부도 배석한다.
신고사항은 기한과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하고 심의절차(굴토심의, 분양보증, 공사비 검증 등)는 소요기간을 최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