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 등 서울 27개 동을 콕 집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의심스럽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정비사업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공급 가뭄'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가격 규제를 추가할수록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 결국엔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 3년째 고강도 대책…'그래서 집값은?'
6일 국토부가 발표한 상한제 적용 지역은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강남구 22개동 ▲마포구 1개동 ▲용산구 2개동 ▲성동구 1개동 ▲영등포구 1개동 등 총 27개동이다.
정부가 상한제 카드를 꺼낸 주요 원인은 집값 상승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정부가 상한제 도입 계획을 공식화한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이자, 9‧13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9월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또 2017년 8‧2대책 이후 지난달(2017년 8월 7일~2019년 10월 28일)까지 아파트값이 두자릿수 이상 상승한 구는 ▲서울 중구(10.66%)‧광진구(10.24%)‧마포구(10.44%)‧동작구(10.15%)‧송파구(12.88%) ▲경기 과천시(17.05%)‧성남시(12.85%)‧분당구(14.71%)‧구리시(15.12%) ▲대구 중구(13.85%)‧수성구(12.37%)‧서구(13.76%)‧유성구(12.23%) 등 13곳에 달한다.
정부는 최근 몇년간 집값 과열이 좀처럼 식지 않자 2018년엔 9‧13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은 1년이 채 가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9월 108.4에서 올해 6월 107.0까지 떨어졌다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계획이 공식화됐던 7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엔 108.1까지 올랐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미 여러 번 대책을 내놨지만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고 가격만 규제하는건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며 "이번 정책으로 정비사업 중 특히 재건축 사업이 침체되면서 내년 4월(상한제 유예시점) 이후부터는 공급 부족으로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공급부족인데 가격 규제 만으론 한계
서울지역의 공급 확대 없이 가격만 규제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선 이미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규제에 부담을 느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이 분양을 미루면 '매물 품귀' 현상으로 결국엔 가격이 반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신축 아파트(준공 5년 이하)는 전체 아파트의 10.4%에 달하지만, 현재 아파트 인허가 추세로 볼 때 2022년엔 신축 비율이 6.2% 수준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이번 상한제 도입으로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준비 중이던 주요 단지들이 분양을 무기한 지연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내년 4월까지 상한제 유예기간을 6개월 늘려주긴 했지만, 기간 내 분양할 수 있는 단지는 개포주공4단지(재건축), 방배6구역(재개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활용해 상한제를 피하려 했던 '래미안 원베일리' 등도 퇴로가 막히면서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 전반이 큰 고비를 마주하게 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춰 기존 아파트 시장까지 안정 효과를 주려면 원활한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하지만 서울은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라 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집값안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별로 핀셋 지정하면서 '풍선 효과'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동단위 지정은 지정하지 않은 옆동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엔 다시 집값 상승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매물 부족,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부담감과 거주요건 등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서울 집값은 결국엔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돼 있는 상황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는 많고 매물은 없으니 간혹 나오는 매물의 가격이 뻥튀기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