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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예고편'과 '본편' 달라진 점

  • 2019.11.07(목) 10:50

예고편때 이미 가격 선반영, 추가 상승에 '변수'로
중장기 공급부족에 집값상승·청약과열 심화 예상
'6개월 유예기간' 정부 인심에 실효성은 '글쎄'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할 때가 왔다. 주택 시장의 투기 과열이 심화할 경우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7월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 발언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편은 시작됐다. 한달남짓 지난 8월12일,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쉽게 하도록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실질적인 예고편을 방영했다.

이후 새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치솟았고, 청약시장은 더욱 과열됐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선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동원됐고 이 과정에서 정부·지자체와의 파열음도 나왔다. 지난 4개월의 모습들이다.

국토부가 어제(6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서울의 27개동을 발표하면서 본편이 시작됐다. 정부의 집값 안정에 대한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예고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본편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다섯가지로 정리해 봤다.

#1. 대상지 확대

지난 10월초 국토부가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동' 단위의 핀셋지정을 예고할 때만 해도 강남4구 정도로 적용 지역을 최소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직접적인 가격 규제인 만큼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공급위축, 풍선효과, 형평성 등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없을 터.

하지만 이후 서울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0.6% 오르는 등 정부가 상한제를 예고한 7월 이후 4개째 상승했고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결국 핀셋지정이라고는 하지만 강남 3구 대부분의 지역이 대상에 포함됐고, 마용성에 이어 영등포구 여의도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했다.

#2. 예고편 때 '가격 선반영'…변수

무엇보다 김현미 장관의 말마따나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예고편에서 새아파트에 이어 입주 10년차 아파트까지 광범위하게 신축아파트 값이 치솟은 것을 목격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공급위축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지난 4개월간 분양가상한제 영향이 선반영된 점을 변수로 꼽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부족에 대한 기대가 이미 선반영돼 추가적으로 큰폭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시장은 정보전달 속도가 빨라 호재나 악재 역시 신속하게 반영되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신축과 일반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 집값은 결국엔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돼 있는 상황에서 수요는 많고 매물은 없으니 간혹 나오는 매물의 가격이 뻥튀기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3. 6개월 적용 유예로 분양 조기화? '어림 없다'

공급위축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와 시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다만 국토부도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반영해 내년 4월28일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이 때문에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서울에서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 54개(6만5000가구)는 6개월내 분양하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오히려 공급이 조기화된다"고 강조했다.

애초 1만 가구가 넘는 강동구 둔촌주공 등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비업계에선 사업 속도를 고려할때 내년 4월말 이전에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수 있는 단지는 개포주공4단지, 방배6구역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기사☞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에 분양 못하는 이유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최근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통매각을 추진했으나 서초구청이 반려하는 사이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6개월내 분양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일분분양이 1200여가구에 달하는 개포주공1단지는 이주를 완료했지만 석면해체 작업이 변수로 꼽힌다. 앞서 둔촌주공아파트도 석면철거 작업에 1년여를 보낸 만큼 6개월 내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잠실미성크로바도 석면해체 작업을 앞두고 인근 단지의 민원으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철거를 마치지 않은 이상 관리처분인가를 통과했어도 원칙적인 스케줄상 6개월내 분양은 어렵다"며 "조합도 일단 분양을 미루고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4. 청약은 더 과열

청약시장이 예고편 때보다 더 과열될 것이란 전망엔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예고기간 동안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실수요자들은 '장롱 속에 처박힌 청약통장'까지 다 꺼내들었다.

부동산인포가 올해들어 월별 1순위 평균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8월과 9월에 각각 124대1, 60대 1로 올해 최고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많아야 23대1(5월) 수준이었다.

8월에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이 203대 1, 9월 '래미안 라클래시'가 115대 1로 올해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올해들어 9월까지 평균 청약경쟁률 10대 1 이상을 기록한 곳은 전체 36개 단지 가운데 2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곳보다 많았다.

박원갑 위원은 "분양시장 쏠림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다만 최장 10년의 전매제한 강화와 의무거주 기간 도입으로 무주택·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5. 풍선효과, 엇갈리는 전망…'추가 지정' 카드도

핀셋지정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커졌다.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대상지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률이 크고 대규모 정비사업이 예상되는 양천구 목동, 동작구 흑석동, 서대문구 북아현동, 경기도 과천 등이 제외되면서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지역이어서 쏠림까지는 아니겠지만 선호도가 있는 신정동, 신길 혹은 노량진 흑석동 등 정비사업을 꾸준히 하는 곳들로 수요가 분산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과천이나 목동 등 관심도가 높은 지역들은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 지정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각각 다른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옆 지역으로 들어가는 식의 풍선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풍선효과로 주변 지역 상승 우려가 있거나 규제를 회피 하려고 하면 신속하게 추가지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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