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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해결 구원투수라던 'CR리츠' 실효성 있나

  • 2024.11.27(수) 06:33

10년만에 재도입 불구 사업유인 적어 업계 불만
매입약정 안전장치 없어 "투자자 모집 어렵다"
세제혜택도 적어 '가격' 놓고 줄다리기
서울-지방 양극화 불구…정부 "추가 지원 계획 없어"

지방 미분양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 대응해 정부가 유일한 해법으로 내놓은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미분양 해소를 위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제도를 부활시켰지만 매입약정이나 세제 혜택 등 유인이 전보다 작기 때문이다. 

'매입약정'이라는 안전장치가 없다 보니 손실을 줄이려는 시공사와 싸게 사려는 리츠 운영사가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탓에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지방 미분양과 악성 미분양이 지속적으로 늘며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현황/그래픽=비즈워치

10년 전과 다른 이유

27일 국토교통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에 등록된 '지방 미분양 CR리츠'는 현재 1건에 불과하다. 4월부터 세제 혜택 등을 받아 등록이 가능했지만 지난 9월25일 영업등록 신청을 한 KB부동산신탁의 CR리츠(케이비광양펠리시아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가 유일하다.

이 CR리츠는 총사업비 약 550억원으로 지난 2022년 11월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전남 광양의 아파트 497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인가는 나지 않았다. 현재 2~3곳의 자산운용사가 미분양 리츠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미분양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지방 미분양이 쌓이자 건설업계에서는 꾸준히 제도 도입을 요청해 왔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혹한기였던 2014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CR리츠는 2009년 2500가구, 2014년 500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흡수해 건설사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번 도입 전 정부의 수요조사에서 CR리츠 관련 매각 수요는 약 5000가구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예상 수요의 약 10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 셈이다.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한 채 수도권과 지방 간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미분양과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말 전국 미분양 건수는 6만6776가구로 1년 전(5만9806가구)과 비교해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은 9513가구에서 1만7262가구로 배 가까이 늘었다. 

미분양 내 악성 미분양(준공후 미분양) 비율도 지난해 9월 15.9%에서 올해 9월 25.9%로 크게 높아졌다. 미분양 건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질도 더 악화한 것이다. 이 중 지방 악성 미분양은 1만4375가구로 전체의 83.3%에 달한다. 

전국 악성미분양 비율/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CR리츠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리츠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를 꼽는다. 과거에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를 감안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매입약정을 해줬다. 청산시까지 매각되지 않는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60~70% 수준으로 LH가 매입해 주는 장치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입약정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모기지 보증만 지원하기로 했다. HUG의 CR리츠 관련 모기지보증은 현재 실적이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UG의 모기지 보증은 대출시 금리인하 등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우는 정도일 뿐"이라며 "매각이 되지 않을 때 손실보전(매입확약)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다 보니 쉽게 들어오려는 투자자가 없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인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벌어지는 눈높이…지방 미분양 '속수무책'

실제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리츠 투자자가 매입 가격을 낮추면서 시공사와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추가로 신청된 CR리츠 1건이 더 있지만 매입가격을 낮추려는 리츠 투자자와 손실을 줄이려는 건설사 간 가격 입장차가 벌어지면서 합의가 쉽지 않아보인다"면서"협상이 잘 안되고 있어 등록이 될지 안될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세제혜택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취득세를 감면해 줬지만 이번에는 중과 배제만 적용하고 재산세도 최저 세율만 적용하던 것에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를 취득 후 5년간 조정하기로만 한 상태"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매입확약, 세제 지원 등 과거 수준으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집계한 미분양은 건설사들의 신고분만 반영한다"면서 "비공개 물량이 많아 사실상 미분양은 더 심할 것으로 보는데, 보완 방안이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경우 CR리츠 활성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CR리츠 관련 추가적인 제도개선 계획은 없는 상태다. 분양사업 실패에 대한 특혜 논란이나 시장 교란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건설업계 내에서는 지방 미분양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역전세 등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짙어진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 증가만이 아니라 악성 미분양이 지방에 쏠려있다는 게 문제"라며 "수도권과 지방에 반반 수준이던 미분양이 지방으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지방과 수도권 간 가격격차를 가중시켜 주택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 할인분양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다"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이자비용이 배가량 늘어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할인 분양 등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에 대응하는 부동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부동산 시장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주택 공급 확대를 지원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개별 (맞춤형) 부동산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주택매매 가격지수는 서울(2.6%), 경기(0.2%), 인천(0.6%) 등 수도권이 상승세를 기록한 반면, 세종(-5.0%), 대구(-4.0%), 부산(-1.6%), 제주(-1.0%) 등 지방권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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