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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서울 주택공급 부족한가 충분한가

  • 2020.02.07(금) 10:17

시장, 내년부터 입주물량 급감 예상·주택보급률도 하락
새아파트·직주근접 등 질적 공급…'선호하는 집' 공급 외면

서울의 주택공급에 대한 논란은 해가 지나도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요.

사실 정부가 2018년 서울 외곽에 3기 신도시를 통해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은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여전히 주택공급 전망에 대한 시장과 정부(혹은 서울시)의 인식의 차가 커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새 아파트 얼마나 나올까

시장에서는 공급량을 '입주자 모집공고'를 기반으로 추산합니다. 분양당시 내는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향후 입주 물량을 추산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만3000가구에 달했던 입주 물량은 올해 4만2000가구로 떨어진데 이어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2만가구대와 1만가구대로 떨어집니다.

이는 2018년 이후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분양물량이 2만가구대로 떨어지면서 2~3년 후 입주 물량도 큰폭으로 감소하는 겁니다. 물론 올해 분양물량을 5만7000가구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는 지난해 예정했던 분양이 올해로 밀린 영향입니다.

이 물량이 계획대로 분양이 이뤄지면 2~3년후 공급(입주)은 현재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계획대로 모두 분양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요.

반면 서울시가 1월에 추산한 공급 추이는 이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0년~2022년까지는 입주자모집공고를 기반으로 추산하되 누락된 단지들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같은 방식으로 추산한 부동산114의 예상치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지 않는 30가구 미만 단지들은 그때그때 반영하는데 그 규모가 크지 않다"며 "2022년까지의 예측치가 벌어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2023~2025년 수치는 더욱 부정확합니다. 서울시 측은 각 지자체 담당자들로부터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고려해 입주 예상 규모를 뽑았다고 하는데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렵게 된 상황이고 이런 규제가 아니더라도 정비사업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연되거나 틀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2023년 이후 예상 규모는 실제와 차이가 커질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아파트의 경우 건축인허가의 3년, 5년, 7년 등의 평균치를 고려했다고 하니 이같은 데이터로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멸실주택도 있다던데

멸실주택도 고려해야 합니다. 멸실주택은 건축물이 철거 또는 멸실돼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경우로 건축물대장 말소가 이뤄진 주택입니다.

멸실주택이 많다고 꼭 공급규모가 줄어든다거나 적다고해서 공급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통상은 정비사업장에서 기존 주택을 허물어야 그보다 많은 새 주택을 짓게 되는 것이니까요.

다만 그만큼을 제외해야 주택공급 순증량을 알수 있는데요.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의 멸실 아파트는 2017년 1만4000가구에 달했고 2018년엔 7300가구로 줄었습니다. 최근 4년간 들쑥날쑥하긴 한데요. 평균적으로 매년 8600가구의 아파트가 서울에서 없어진다고 추산할 수 있습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2만가구와 1만가구가 공급된다고 할때 멸실가구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주택은 1만1000여가구, 1600가구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서울 주택보급률 첫 하락

국토부가 가구수 대비 주택수로 추산하는 서울의 주택보급률 역시 2017년 96.3%에서  2018년 95.9%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정부가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입니다. 1인가구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그만큼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죠.

사실 서울로 진입하고자 하는 '대기수요'까지 감안하면 이 수치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순유입인구는 경기도가 13만500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는데요. 서울은 5만명이 순유출됐고요.

통계청은 이를 집값 상승 등 주택 문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서울에 있고 서울에 살고 싶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비싸 서울 외곽인 경기도로 이주한다는 겁니다. 이런 잠재수요까지 고려하면 서울엔 더 많은 집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공급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것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의 인구수를 주택수로 나눠서 공급의 부족여부를 분석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서울로 진입하려는 대기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직주근접' 역시 주택공급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서울 청약단지에 수만명의 실수요자들이 몰리거나 최근 수년간 새아파트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고 교수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아파트 선호가 커졌다"고 말합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절대적인 공급량를 떠나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주택량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기존에 아파트에 살더라도 새아파트로 움직이려는 수요와 주택(비아파트)에 살다가 새아파트로 옮기려는 수요가 많아 공급부족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 혹은 지역의 아파트 공급을 외면하는 이상 주택 공급 이슈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3기 신도시 공급을 추진하면서 간과했던 부분인데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서울의 주택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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