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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말랐던 서울 도심 주택공급, '자투리'로 해소될까

  • 2020.05.07(목) 10:32

공공성 높인 재개발, 대형 사업장 적용 한계
8000가구 용산정비창도 빨라야 2023년 이후
당장 내년 공급감소…재건축 통한 단기 공급책 빠져

정부가 서울 도심에 7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밑그림을 공개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든 가운데 추가적인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간 안정세를 이끌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공공 재개발 등의 공급 대책을 제외하면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수요자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공 재개발의 경우도 대형 사업장에는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단기 공급 대책이 빠졌다는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공공 재개발, 혜택 있지만 소형 사업장 국한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를 통해 서울 도심에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중 2만 가구가 공공 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조합 갈등이나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정체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도시개발공사) 등 공공이 참여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공이 참여하면 분담금을 보장하고 분담금이 부족 시 대납, 저리 융자 등으로 조합원을 지원한다. 특히 공공 재개발 지역을 신설되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 용도지역 상향과 기부채납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게 국토부 구상이다.

또 기존 세입자에게는 공공임대와 수익공유형 전세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주택을 공급하고,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해 영세 상인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각종 지원과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조합원분을 제외한 공급물량 중 최소 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국토부는 공공 재개발은 현재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약 103곳(서울)의 사업장에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장은 공공사업자가 시행사로 참여해 부진했던 사업성을 빠르게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직 조합이 구성되지 않은 초기 사업장이 우선적으로 공공 재개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에도 대형 재개발 사업장에서 공공 참여형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합원들 간의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공공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규모가 정부 기대만큼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담금 대납 지원을 받으면 10년 동안 공공과 주택을 공유해야 해 사업장마다 공공 지원을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민간의 수용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주택의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점도 모든 조합의 적극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주로 소규모 정비사업장 위주로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소규모·중기 공급책에 집중…재건축 소외

이번 공급대책에는 공공 재개발을 비롯해 준공업지역이나 용산 정비창 등 국‧공립 유휴부지 등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신규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한 주택 공급은 빨라야 3~4년 이후를 내다본 계획이다.

8000가구 규모를 공급할 수 있는 용산 정비창만 해도 이 지역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서울시와 코레일이 협의하고 있으며 내년 정도에나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주택 공급은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건축 사업 활성화 등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분류되지만 이 역시 소규모 공급 방안에 해당한다.

단기가 아닌 3~4년 이후의 공급에 이번 대책이 집중된 데엔 당장의 주택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국토부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공급은 충분하고, 최근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는 투기수요가 사라지면서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집값 안정 지속을 위해 선제적으로 주택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연도별 입주 전망을 봐도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규모는 3만6000가구에 불과하다. 수도권으로 확대해도 13만4000가구로 올해보다 큰폭으로 줄어든다.

시장에서도 재건축 등을 활용한 대규모 단기 공급 대책이 빠졌다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은 안정세를 찾는 반면 전셋값은 오르고 있어 공급부족으로 인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단기 공급효과가 가장 큰 재건축 활성화가 대책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랩장도 "서울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향후 대규모 정비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심 내 대규모 단지 조성을 통한 주택 공급이 쉽지 않은 가운데 소규모 정비사업장에 공공성 부여를 통한 사업 속도전과 유휴부지 활용을 통한 자투리 부지 확보가 공급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주고 심리적 안정을 주기에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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