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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짙어진 '여소야대'…부동산 규제완화 '공수표' 되나

  • 2024.04.11(목) 16:52

[4·10 총선]집권여당 대패…22대 주도권 야권에
공급확대 약속한 1·10대책도 법개정 18건 필요
공시가·임대차법·CR리츠 등도 추진 '불투명'

'빠르게 가자'던 윤석열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추진이 탄력이 뚝 떨어질 전망이다. 22대 국회가 더 짙어진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관련 제도의 개정이나 보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국회에서도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각종 부동산 정책들은 앞으로도 발목을 잡힐 공산이 커졌다.

당장 재건축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담은 '1·10 대책'에서만 18개 과제가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 미분양 CR(기업구조조정)리츠 세제 지원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규제완화 선물세트' 1·10대책 운명은?

11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4·10 선거) 개표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총 108석을 차지한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의석은 190석에 육박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집권 여당이 이렇게 큰 격차로 야당에 패한 것은 처음이다. 여당 입장에서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101석)은 지켜냈지만 정국 주도권은 빼앗겼다는 평가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금 중과가 '징벌적 과세'라며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윤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도 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시행령만 손보면 되는 정책 위주로 추진해 왔는데,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약속했던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규제완화 종합선물세트'로 꼽히는 1·10 대책이 대표적이다.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 담긴 이 대책은 세부과제 총 77개 가운데 18개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각각 개정법을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도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으로 흩어져 있다. ▷관련기사: 재건축 '안전진단' 대못 뺀다(1월10일)

대표적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의무시기 조정(도시정비법) △소규모 정비 절차 간소화(소규모주택정비법) △도시형생활주택 세대수 제한 폐지(주택법) △소형주택 단기 등록임대 복원(민간임대주택법) △지방준공후 미분양 구입 시 1세대1주택 특례 적용(조세특례제한법) 등이 있다.  

1·10대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주요 과제./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좀처럼 사업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의무 시기 조정이다. 안전진단은 사업 추진 '대못'으로 꼽히는 만큼 그동안 시장에서 해당 규제 완화 요구가 높았다. 

정부는 1·10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운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3~15년 걸리는 사업을 3년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야당의 동의를 얻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다양한 주택 공급을 위한 소규모 신축주택, 비아파트 등에 대한 규제 완화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소규모 신축주택 구입 시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등의 중과를 배제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세대수 제한(300가구 미만) 폐지 등이 포함된다.

대통령 약속도 '안갯속'…"급한 건 협치해야"

1·10 대책 외에도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각종 규제 완화 정책 추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올 들어 25차례 민생토론회를 열고 각종 부동산 정책 변화를 예고하며 힘을 실어 왔다.

그중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난달 가진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재차 강조한 정책이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였다.▷관련기사: 문재인 '공시가격 현실화'…윤석열, 3년만에 백지화(3월19일)

이후 집값 하락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자 윤 정부는 이를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선 지방세법, 부동산공시법 등을 개정해야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올 1월 윤 대통령이 '징벌'이라고 언급한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중과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중과세 폐지가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그래픽=비즈워치

여당이 폐지하려고 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도 현행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은 임대차2법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폐기하겠다고 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유지하되 '임차인 등록제'를 통해 임대차 시장의 불균형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CR 리츠에 대한 세제 지원도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부는 연내 CR 리츠 재도입을 통해 지방 건설사 및 시행사의 숨통을 터주기로 했다. 이밖에 노인을 위한 '분양형 실버주택'도 10년 만에 부활을 앞두고 있으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현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추진에 속도가 나긴 어려워 보인다. 주택법을 개정해야 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는 정부가 지난해 1월 폐지를 약속했지만, 여야 대치로 1년 넘게 유지되며 혼란을 야기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 등 시급한 사안의 정책에 대해서는 여야 협치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향후 대선도 있기 때문에 야당이 정부에 협조적일 것 같지 않다"며 "21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시행령 등으로  풀 수 있는 것 위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CR리츠, PF 등 경기 회복에 필요한 사안들은 야당도 협조했으면 한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PF시장 정상화 등은 여야가 다른 의견을 갖긴 어렵다고 본다"며 "몇몇 쟁점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추진을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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