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됐다. 이제 신세계는 약점으로 꼽혔던 온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로서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데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쿠팡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사활을 건 투자를 한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야히는 부담이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신세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 우려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 대규모 물류 투자 후 SSG닷컴과 이베이의 '화학적 결합'을 노리는 구상이다. 이베이코리아는 물류 역량 완성에 앞서 경쟁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가 네이버·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3강'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4년치 영업이익 사실상 '물류 올인'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결정과 함께 향후 4년간 물류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물류센터를 지방으로 확대하고 전국 단위 배송 경쟁을 펼치는 등의 전략이다. 이마트는 당분간 G마켓·옥션 등 이베이코리아 산하 플랫폼을 유지하기로 했다. 본격적 통합 시너지를 내기에 앞서 이베이코리아의 영향력을 활용해 경쟁 플랫폼을 견제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 계획은 이마트가 사실상 물류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37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은 850억원이었다. 산술적으로 이마트의 향후 4년간 영업이익 대부분이 물류에 투자되는 셈이다.
이마트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커머스 거래액' 확보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다. 당초 이마트는 충분한 물류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3조9000억원 수준인 SSG닷컴의 거래액이 걸림돌이었다. 물류 경쟁에 나서려면 일정 규모의 주문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상품을 대량 매입해할 수 있어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물류센터가 지속 가동돼야 효율성을 높여 적자를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이마트가 이커머스 물류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한 이유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가 거래액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업계 3위 수준인 20조원이었다. SSG닷컴과 합친다면 약 24조원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선다. 산술적으로 거래량이 커지는 것은 물론, G마켓·옥션 회원을 SSG닷컴으로 유입시키는 전략도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이마트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물류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너지 가능성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충분히 이베이코리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SG닷컴은 신선식품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힌 플랫폼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공산품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다. 물류 역량만 뒷받침된다면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가 신선식품·공산품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이마트의 투자 계획이 완료되면 현재 일평균 13만건 수준인 SSG닷컴의 물류 처리량은 40만건까지 늘어난다. 경기도 용인·김포에 3곳만이 운영 중인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 '네오'도 지방 광역도시권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마트는 이번 인수로 이베이코리아의 동탄 스마일배송 전용 물류센터, 백암·인천센터 등 3곳도 손에 넣었다. 쿠팡과 유사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물류센터 외에도 이마트는 전국 곳곳에 오프라인 거점을 가지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의 물류센터 의존도가 절대적인 쿠팡과 네이버에 비해 다소 여력이 있다. 이마트는 현재 140여 개의 마트·창고형 할인점(이마트·트레이더스)와 5000여 개의 편의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이커머스에 활용하기 위한 테스트가 한창이다. 덕분에 이베이코리아와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도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는 물류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한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빠르게 볼 수 있다"며 "외형 확대로 통합 매입이 가능해질 만큼 가격 경쟁력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장기적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만 있다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밝혔다.
승부의 관건은 '견제'
일각에서는 시너지 효과와 별개로 시장 지배적 플랫폼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가 완료되더라도 기존 강자들과의 격차가 현격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쿠팡의 일일 처리 가능 물량은 300만건에 달한다. 이마트가 4년 후 SSG닷컴의 처리 물량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8배 가까운 차이가 있다.
여기에 쿠팡은 이마트보다도 큰 폭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곳의 지방 물류센터를 세웠다. 투입된 금액은 이마트가 4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1조원을 넘어선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풀필먼트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네이버와의 경쟁도 쉽지 않다. 네이버는 지난해 28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시장 1위 플랫폼이다. 최근 들어서는 CJ대한통운 등과의 협업으로 풀필먼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풀필먼트 역량은 외부의 힘을 빌리는 만큼 이마트보다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의 예상보다 본격적 경쟁 개막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가 네이버·쿠팡에 비해 낮은 것도 걸림돌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전년 대비 3%, 2019년에는 12%, 지난해에는 18%가량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쿠팡은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물류 투자와 함께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내 영향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인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 플랫폼도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갈 여력도 충분하다”며 “이마트는 물류 투자와 별개로 이베이코리아를 활용해 경쟁사들을 견제해야 한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을 다시 높이지 못한다면 ‘주요 플랫폼’ 자리 한 곳을 차지하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