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됐다. 이제 신세계는 약점으로 꼽혔던 온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로서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데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쿠팡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사활을 건 투자를 한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야히는 부담이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신세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 우려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으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마트는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1조원의 투자를 결정하는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거대 베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마트가 '승자의 저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당장 1조5000억원 조달해야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01%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1조105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 가양점 매각, 베트남 종속법인 정리 등으로 1조원 가량을 추가 조달했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마트는 자산매각 등 유동화를 통해 최대한 자체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외부 차입 혹은 인수금융은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마트가 보유한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17조원이다. 9400억원 수준의 삼성생명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점포나 지분 일부를 처리하면 1조5000억원은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다만 자산 매각 등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포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면 지역 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하더라도 임대료가 발생해 점포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매각은 이 전략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특히 이마트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이마트는 향후 4년간 물류 분야에만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적자에 시달리는 계열사에도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자산 매각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차입이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투자 필요…'밑 빠진 독에 물 붓기'될 수도
만일 이마트가 1조5000억원 전부를 차입 등 외부 조달로 해결한다면 조달금리 2.7% 기준 연간 이자비용만 400억원이 발생한다. 지난해 이마트의 별도 기준 이자비용은 720억원이었다. 이를 포함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1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재무구조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푸어스)는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락을 시사했다. 기존 등급(BBB-)을 유지했지만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면서다. 이어 이마트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1년 내 5배를 넘어서면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P는 이마트의 영업이익에 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금이 과도하다고 봤다. 이 외에도 이마트의 영업 현금 흐름이 올해와 내년 계획돼 있는 투자를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효과보다 승자의 저주 발생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이베이코리아가 하락세를 겪고 있는 점도 우려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18.7%였다. 같은 기간 전체 시장은 19% 이상 성장했다. 경쟁사인 쿠팡과 네이버는 50% 안팎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 등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제법 긴 기간의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이유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락세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단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금액이 늘어난다. 쿠팡은 이마트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마트가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소 2조원 이상을 써야 한다.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승자의 저주는 '기우'?
이마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 1분기 이마트의 영업현금흐름은 7238억원이었다. 부채 비율은 110% 남짓으로 상장사 평균 수준이다. 추가 차입 및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에머랄드에스피브이'를 활용하고 있다. SPC를 매개로 차입금을 끌어들인다면 이마트의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SSG닷컴 상장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SSG닷컴은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투자받은 상태다. 이 투자금은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매출 요건 혹은 기업공개(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회수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정해진 기한 내에 상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상장 심사는 매출의 '질'에 집중해 진행됐다. 매출액이 높더라도 영업이익률이 낮다면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적자 구조가 대부분이었던 SSG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장에 적극 나서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쿠팡·제주맥주 등이 적자에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각각 뉴욕증시와 코스닥에 입성했다. 특히 쿠팡은 한때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신세계에게는 호재다.
이들은 현 시장 점유율 및 시장의 미래 성장세를 감안해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았다. SSG닷컴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지난해 기준 3조9000억원 수준이던 거래액 규모를 24조원까지 키울 수 있게 됐다. 단순 거래액만 보면 쿠팡을 넘어선 이커머스 시장 2위다. 이를 감안하면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 경우 상장을 통해 재무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현재 투자 여력이 있는데다, 자금이 부족해도 이를 해결할 '플랜B'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당장의 가치보다 미래를 만들 기회를 얻었다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며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마트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 아직 섣불리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