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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철수에는 이유가 있었다

  • 2021.07.02(금) 16:59

[신세계, 新세계 열다]⑥경쟁사 롯데의 전략은
"시너지 없다"…낮은 가격 써낸 롯데쇼핑
롯데ON에 집중…"지나치게 신중" 지적도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됐다. 이제 신세계는 약점으로 꼽혔던 온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로서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데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쿠팡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사활을 건 투자를 한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야히는 부담이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신세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 우려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롯데의 이유 있는 철수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지난달 18일 사내 인트라넷에 글을 올렸다. 이베이코리아가 사실상 신세계에 넘어가게 되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담은 내용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롯데 이커머스 사업의 외형은 커지지만 추가 투자가 많이 드는 데다가 시너지 실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쇼핑이 인수가로 정확히 얼마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하면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를 4조30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롯데의 경우 이보다 한참 낮은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신세계라는 '전통의 라이벌'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결과다. 미국 이베이 본사 측이 원한 몸값은 5조원이다. 인수 후보자 측은 3조~4조원을 적당한 가격으로 여겼다. 롯데의 인수 의지가 정말 강했다면 3조원대 초반보다는 높은 가격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가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조9000억원에 달했다. 단기금융상품까지 더하면 4조원에 육박하는 '실탄'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자산 매각 여력까지 고려하면 자금은 충분했다. 강 부회장의 변(辯)을 단순한 변명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롯데의 판단은 '우리와는 맞지 않다'였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도 롯데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결정에 대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판단된다"며 "이커머스 관련 M&A와 신규 투자는 보유 현금 규모에 근거할 때 언제든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출범 2년 차 '롯데ON'이 우선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ON'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일단 롯데ON의 경우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탓에 추가로 투자해야 할 요소가 많다. 더군다나 롯데ON은 이미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이베이코리아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

롯데ON은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이제 겨우 1년이 갓 넘은 '신생' 플랫폼이다.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에 힘을 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시작이 좋지 않았다. 롯데ON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7조6000억원가량으로 전년(7조1000억 원)보다 7%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20%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아쉬운 성적이다. 이는 앞으로도 롯데ON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제 롯데그룹은 롯데ON 출범 1년 만인 지난 4월 수장을 교체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 G마켓 신규사업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나영호 대표다. 특히 롯데는 나 대표를 부사장으로 격상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롯데쇼핑 사업 부분 가운데 부사장급은 백화점 부문장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일 경우 다시 '통합' 작업을 하느라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는 이미 홈쇼핑, 백화점, 면세점 등 채널별 이커머스가 있었는데 이를 롯데ON이라는 한 채널로 융합하는 데 고생해왔다"며 "여기에 또 다른 채널인 이베이코리아가 더해지면 더더욱 성장이 어려울 것이고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롯데는 현재의 채널들로 최대한의 융합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패조차 없는 게 더 나쁘다"

롯데의 이번 '선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이베이코리아라는 '대어(大魚)'를 무리하게 사들이지 않은 점은 현명했을지 몰라도 최근 롯데의 행보가 너무 소극적인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요즘 부쩍 분주해진 경쟁사 신세계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우리는 왜 신세계처럼 못하냐"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롯데는 여전히 이커머스 영역에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앞서 강 부회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M&A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또 "그로서리(식음료)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여러 카테고리 전문몰을 구축해 이를 서로 연결하는 '복합 쇼핑 플랫폼'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가운데) 롯데그룹 회장이 1일 개최한 ‘2021 하반기 롯데 VCM’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에 비해 변화가 빠른 이커머스 영역에서는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 반면 롯데는 조직이 복잡하고 보수적이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이런 문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라며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가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수년간 진행해온 구조조정의 성과와 소비경기 회복,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불확실성 축소 등으로 일정 수준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오프라인 유통의 부실을 정리한 뒤 성장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명확한 전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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