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됐다. 이제 신세계는 약점으로 꼽혔던 온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로서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데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쿠팡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사활을 건 투자를 한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야히는 부담이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신세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 우려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일단 '온라인 몸집'은 키웠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바로 '몸값'이었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5조원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 후보자들은 3조~4조원 정도를 적당한 가격으로 여겼다. 이마저도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다면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와 신세계는 과연 얼마를 베팅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높은 가치의 기업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번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항변이자,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마트는 이번 인수로 온라인 사업의 비중을 50%가량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4조원에 불과하던 온라인 채널(SSG닷컴) 연간 거래액은 단숨에 24조원으로 불었다. 이커머스 시장 내 순위는 거래액 기준으로 2위다. 이로써 이마트는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3강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명확히 이야기하면 아직은 큰 돈을 들여 몸집만 키운 것에 불과하다.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온라인 사업 중 SSG닷컴과 G마켓, 옥션은 당분간 각자도생해야 한다. 사업 영역이 겹쳐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더불어 기존 오프라인 채널들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민이다. 말 그대로 사업 구조만 온라인 '반', 오프라인 '반'으로 짜였을 뿐 신세계만의 경쟁력은 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점포의 '재구성'
국내 유통 산업의 무게중심은 지난 수년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54조원가량에서 지난해 161조원 정도로 빠르게 커졌다. 전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0%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만큼 오프라인 채널은 위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프라인 점포는 사람은 오지 않고 비용만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초저가 할인 등 가격 공세로 반등을 꾀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이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려 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반전이 일어났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기존 '점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점포를 체험형으로 리뉴얼하는 동시에 '물류 센터'로 만들었다. 전국 각지에 자리 잡은 점포를 도심형 물류 센터로 만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탄탄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자산은 '좌초자산' 취급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자산은 다시금 유통업의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물류 시설로 활용 가능한 매장 등 오프라인 자산을 보유한 유통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마트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110여 곳에 PP센터(Picking&Packing)를 만들었다. 지난해 기준 SSG닷컴의 일평균 처리 물량의 절반을 이 PP센터가 담당할 정도다. 이마트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게 신세계의 계획이다.
One Team, One Company
One Team, One Company가 돼야 한다.
신세계가 그리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은 단순한 물류 인프라 통합이 아니다. 그룹이 보유한 모든 채널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구상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부터 이를 위한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해왔다.
신세계는 일단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SSG닷컴 대표로 겸직하도록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데 속도를 붙이겠다는 포석이었다. 강 대표에게 그룹 오프라인의 대표격인 이마트와 온라인 대표인 SSG닷컴을 모두 맡겨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강 대표에게 의사결정의 힘을 실어준 것은 물론이다.
그룹 계열사들을 원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신세계가 올해 초 인수한 SSG랜더스 야구단이다. 일단 야구장에 노브랜드 버거와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야구단 경기 일에 맞춰 때마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랜더스벅' 유니폼을 출시했고, 이마트24는 'SSG랜더스 라거'라는 맥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마케팅이다.
신세계는 여기에 더해 그간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온라인 채널을 보완했다. G마켓과 옥션은 물론 앞서 인수한 W컨셉을 '원팀'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욱 분주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은 기존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갖고 있는 모든 채널과 콘텐츠를 합쳐 신세계만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퍼즐 맞추기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