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떠도는 '가네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색조 화장품에 관심이 있는 '코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네다는 '가루 네버 다이'의 줄임말입니다. 말 그대로 가루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말이죠. '가루 제형의 화장품은 사용기한 혹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흔한 가루 제형의 화장품은 아이섀도, 블러셔, 메이크업 파우더 등이 있습니다.
보통 코덕이라면 이런 가루 제형의 색조 제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도 10년이 넘도록 모은 블러셔와 아이섀도 제품이 화장대 서랍 안에 수십개나 있습니다. 대충 살펴보니 사용기한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 중에는 제조연도가 2017년인 아이섀도도 있었는데요. 그럼 저도 이 제품을 7년이 지난 지금 꺼내 써도 되는 걸까요?
사용기한 긴 가루 제품
우리나라 법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화장품 사용기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화장품법 10조는 '제품의 1차 포장 또는 2차 포장에 반드시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기간을 기재하도록'하고 있는데요. 개봉후 사용기간을 적는 경우에는 제조연월일을 병행표기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루 제형 제품들의 사용기한은 어떨까요? 실제로 가루 제형이 다른 제품에 비해 보다 긴 기간 사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연구소 관계자는 "파우더류 등 수분의 함량이 매우 적은 가루 제형의 화장품은, 수분을 많이 함유한 화장품에 비해 미생물 오염으로부터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화장품 업체 관계자도 "파우더는 일반적으로 무수(無水) 제형이지만 권장하는 소비기한은 있다"면서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조일로부터 36개월, 오픈후 24개월"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눈이나 입술에 닿는 스킨케어 제품이 보통 개봉 후 12개월에서 18개월 이내에 바르도록 권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우더 제품의 사용기한이 조금 더 긴 편입니다.
품질 변형 가능성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용기한이 길고 오염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사용기한을 넘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보통 화장품 회사에서 제품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과 소비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설정합니다. 사용기한을 준수해 사용해야만 품질이 변하지 않은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사용기한을 넘기면 품질이 변할 가능성이 있고, 동시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연구소 관계자는 "고객마다 사용 방법과 보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미생물 증식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이 경과된 제품의 경우 발색력이나 커버력, 균일하고 얇게 펴발리는 발림성 등 메이크업 제품의 품질을 최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장품 업체 관계자 역시 "제품에는 최소한의 방부처리가 되어있다"면서도 "손으로 제품을 바르는 경우에는 미생물 번식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제품을 자주 열게 되면 공기 중 수분 등의 영향으로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관과 관리의 어려움
실제로 화장품을 사용하다보면 깨끗하게 보관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바쁜 아침 시간에 화장을 하다보면 무의식적으로 제품 뚜껑을 열어둔 채 외출하기도 합니다.
가루 타입 화장품 특성상 브러시를 함께 사용하게 되는데, 브러시를 주기적으로 세척하는 일은 무척이나 번거롭기도 하죠. 브러시가 피부에 한번 닿으면 유분이나 다른 화장품 제형이 옮겨붙기 때문에 가루 제품에 묻어 굳기도 합니다. 이 경우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험을 해본 분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니 화장품을 사용할 때는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브러시 등 화장도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입니다. 또 보관할 때도 뚜껑을 반드시 닫아야 하겠죠.
종합하자면 가루 제형 화장품들을 상대적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기한 내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일단 개봉한 제품은 변형 가능성과 세균 번식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가루 제품은 '힛팬(화장품 바닥)'을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화장대 안에 자꾸 보관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수년이나 사용하거나 꺼내보지 않았다는 건 더 이상 쓸 일이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 참에 화장대에 3년 이상 오래 잠들어 있던 아이섀도와 블러셔 제품을 정리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