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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신세계인터, 해외 화장품에 사활 건 이유

  • 2024.03.27(수) 09:38

3년새 해외 매출·이익 줄며 부진
브랜드 재정비·투자 확대 나서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이 지난해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입 브랜드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 것과 달리, 해외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이에 따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해외 유통망 재정비 및 투자를 늘려 본격적인 수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아쉬운 해외 실적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늘어난 379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9% 감소한 152억원이었다.

국내 매출액의 경우 3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의 국내 사업 매출액은 2020년대 들어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영업이익은 수입 브랜드 확대 영향으로 2021년 209억원에서 2022년 135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확대됐다.

문제는 해외 사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사업부문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12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9.4% 감소한 2900만원에 그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 화장품 사업은 2021년부터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해외에서 유통망 재정비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현재 해외에서 전개 중인 화장품 브랜드는 크게 스위스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과 프리미엄 화장품 '비디비치'가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위스퍼펙션의 매출과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해 해외 설비, 마케팅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비용이 상승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면세에 의존하던 비디비치의 중국향 채널도 재정비 했다. 비디비치는 그 동안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입국 중국인 수가 급감하면서 면세 대신 중국 내수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 내 유통망과 제품, 마케팅 등을 현지화하는 데 주력하면서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궁극적 목표는 '해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화장품 사업에 애착을 갖고 진두지휘하고 있는 분야다. 그런만큼 해외에서의 부진은 뼈아프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비디비치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며 적자폭이 크게 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화장품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체 브랜드 육성보다는 해외 브랜드의 국내 수입을 대폭 늘리며 화장품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권을 사들인 해외 화장품 브랜드는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탈리아 스킨케어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프랑스 최고급 향수 브랜드 '딥디크', 비건 지향 코스메틱 브랜드 '아워글래스' 등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2021년 인수한 '스위스퍼펙션'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홈페이지 캡처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브랜드 판권 확보 외에도 자체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8년 첫 자체 브랜드 '연작'을 론칭하고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연작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또는 인수하지 않고 직접 선보인 첫 화장품 브랜드다.

2021년에는 스위스퍼펙션 인수와 함께 '뽀아레'를 론칭, 럭셔리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했다. 스위스퍼펙션은 유럽 왕족들이 사용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5년 상표권을 사들인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다. 처음부터 글로벌 명품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 수년간 준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수출에 집중하는 것은 해외 진출을 통해 중장기적인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내수 패션시장은 정체기다. 반면, 화장품 사업은 패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 자체가 아직 내수 시장에 한정돼있어 화장품의 해외 진출 성과가 본격화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해외 선봉장은 '스위스퍼펙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해외에서 스위스퍼펙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스위스퍼펙션은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유럽이나 북미, 중동 등 소비 수준이 높은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할 예정이다. 전세계 고급 스파와 호텔 입점을 확대하는 한편 B2C 사업도 확대한다. 3년 내에 소매매출 1000억 이상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만들어 세계적인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비디비치는 중국 사업을 계속해서 재정비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의 리뉴얼을 진행하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해 국내와 중국 시장을 이원화 할 예정이다. 또 중국 내 이커머스 입점도 확대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팝업스토어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국내 사업의 경우 수입 화장품 사업을 계속해서 확대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이미 스페인 럭셔리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 프랑스 비건 니치 향수 브랜드 '에르메티카'를 론칭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의 제2의 대표 제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연작은 매년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인지도를 제고하고 동시에 온오프라인 유통망도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이 치열하고 기회가 제한적인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그동안 착실히 코스메틱 사업의 해외 시장 확대를 준비해온 만큼 얼마나 공격적으로 해외 공략에 나설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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