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화장품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자체 화장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디비치'의 리브랜딩에 돌입한 한편 102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어뮤즈'까지 인수했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인 브랜드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자체 브랜드 강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최근 화장품 시장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콘셉트로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있다. 여성의 내면 속에 있는 다양한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리브랜딩을 마친 후 내년 중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를 내세운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비디비치는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이달 초 배우 노정의를 새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고 새 캡슐컬렉션 '베니 바이 비디비치(VENI BY VIDIVICI)'를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비디비치 브랜드명을 따온 라틴어 '베니 비디 비치(VENI VIDI VICI,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에 맞춰 '베니', '비디', '비치'의 세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특히 비디비치는 새 브랜드 콘셉트를 패션으로 시각화 해 소개하는 행사도 열었다. 비디비치는 지난 1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린 문화 예술 축제 '캣워크 페스타(C.at Work Festa)'에 참여해 신규 화장품을 알리는 패션쇼를 가졌다. 비디비치의 메이크업 콘셉트에 맞춰 신세계톰보이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가 의상을 제작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일 713억원을 납입하고 어뮤즈 인수를 마무리했다. 어뮤즈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2018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로, 국내외 1020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수입 화장품 의존도 줄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디비치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때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작'과 '뽀아레', '스위스 퍼펙션' 등 여러 자체 브랜드를 내놨다. 이 중 비디비치가 자체 화장품 브랜드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비디비치의 매출액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비디비치는 그간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보따리상(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그 탓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타격을 입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매출액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6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러 수입 화장품 판권을 사들이며 비디비치의 매출 공백을 메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판권을 가진 수입 브랜드로는 이탈리아 스킨케어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프랑스 최고급 향수 브랜드 '딥디크', 비건 지향 코스메틱 브랜드 '아워글래스' 등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도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의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 프랑스 비건 향수 '에르메티카'를 수입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이들 수입 화장품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379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은 올 상반기에도 209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1.2%나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으로만 올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 브랜드들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판권만 갖고 있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 마진도 높지 않다. 판권이 종료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인기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소유한 푸치가 국내 직진출을 결정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판권이 축소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9월부터 향후 3년간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 계열 채널에서만 바이레도를 판매할 수 있다.
해외 조준
결국 장기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비디비치의 리브랜딩과 어뮤즈 인수를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 화장품들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해외 진출을 통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가 갖고 있는 다소 노후화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 203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리브랜딩으로 우선 국내 2030 여성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후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이다.
어뮤즈 인수 역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다. 어뮤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 미국 등에서도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어뮤즈는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8월까지 누적 매출액 3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368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가 높다. 올해 일본 진출 5년차인 어뮤즈는 일본 Z세대에게 틴트, 쿠션 제품 등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큐텐 등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로프트, 프라자, 앳코스메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해 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는 도쿄 하라주쿠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며 고객과의 접점도 늘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스위스퍼펙션과 어뮤즈를 비롯해 비디비치의 리브랜딩 등 자체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