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또 알테쉬
오늘 [주간유통]도 '알테쉬'로 시작합니다. 최근 유통가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1년치 마케팅비를 한두달 새 쏟아붓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국내 내로라할 기업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간 접속자 수로만 보면 이미 알리와 테무는 쿠팡에 이은 업계 2, 3위 기업입니다. 국내 진출 1년여 만에 쿠팡 다음 가는 인기 쇼핑 앱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물론 여기엔 오렌지 한 봉지에 1000원 등 이벤트성에 가까운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죠. 일단 '맛'을 보면 떠날 수 없다는 게 '알테쉬'의 기본 전략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들과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의 충돌이 대략 3~5년 내엔 결판이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리가 쿠팡, 네이버를 잡고 국내에서도 1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올라서든지, 국내 이커머스들이 결국 '방어'에 성공해 아예 물러나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겁니다.
가격으로는 C-커머스를 잡기 어렵습니다. 국내 이커머스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마케팅비를 제외하더라도, 세계 최대 제조국인 중국에서 나오는 공산품들은 마진은커녕 원가 보전은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의 가격입니다. K-커머스가 가야 할 길은 '가격 경쟁'이 아닙니다.
하울과 테무깡의 차이
'테무깡'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포켓몬 카드 등을 대량 구매하는 행위를 '카드깡'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는데요. 테무에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한 뒤 개봉하며 쓸만한 제품인지 '꽝'인지 평가하는 것을 테무깡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일종의 가챠(동전을 넣고 굿즈가 들어있는 캡슐을 뽑는 게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유튜브 콘텐츠로도 인기입니다.
사실 다양한 제품을 쇼핑한 뒤 개봉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를 뜻하는 용어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하울(Haul, 제품을 대량 구매한 뒤 품평하는 영상)'입니다. 하지만 하울에는 제품에 대한 기대가 더 담겨 있다면 테무깡에는 어떤 제품을 받게 될 지 모른다는 '도박'에 가까운 의미가 강합니다. 구매하는 소비자들조차 '제대로 된 제품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전제한다는 겁니다.
손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의 강점과 맞붙는 게 아닌, 약점을 찾아 공략해야 합니다. C-커머스의 최대 약점은 '신뢰도'입니다. 한 달에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알리와 테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편견이라고만 부를 수도 없습니다. 최근 인천본부세관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404개 제품 중 96개(24%)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알리에서 판매한 반지 중 한 제품은 카드뮴 함량이 무려 70%였습니다. 기준치의 700배를 초과한 양입니다.
카드뮴은 1군 발암물질입니다. 이타이이타이병의 주 원인인 성분입니다.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몸에 닿는 것은 사지 마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K-커머스가 갈 길
국내 기업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설령 중국산일지라도 KC인증 등 철저한 검증을 거칩니다. 국내 기업들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죠. K-커머스가 최근 들어 신선식품과 생필품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C-커머스에 비해 높은 신뢰도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전국 단위 배송망과 콜드 체인 유통이 자리잡아 신선식품의 안전한 배송이 가능합니다. 알리나 테무가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입니다.
실제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이런 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3년간 3조원을 들여 8곳 이상의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를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이 커버하는 인구를 5000만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상 '전 국토의 쿠세권화'입니다.
대형마트들은 장기인 신선식품을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의 신선식품 버전 매장을 새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마트만이 가능한 대량 매입 시스템을 통해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식료품을 '초저가'에 판매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현하겠다는 거죠.
롯데마트도 식품 강화에 진심입니다. 지난해 말엔 은평구 롯데마트를 '그랑 그로서리'로 다시 꾸몄죠. 전체 상품 중 식료품 비중이 90%에 달하는 '식품 전문 마트'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델리 메뉴는 물론 채소를 뿌리째 판매하는 샐러드존과 스마트팜, 눈 앞에서 숙성하는 모습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육류 코너 등으로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정육각처럼 신선도에 '올인'하는 것도 또다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알리와 테무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당일배송·신선유통에 나설 수도 있겠죠. K-커머스의 반격에 밀려 '철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들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K-소비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