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티끌 모아 태산 될까…큐텐과 구영배의 '큰 그림'

  • 2024.03.30(토) 13:00

[주간유통]큐텐, ak몰 온라인사업 인수
경쟁에서 뒤처진 플랫폼 통합해 시너지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큐티메파크+AK

큐텐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AK몰을 '큐텐그룹'의 일원으로 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간 큐텐과 큐텐이 인수한 기업들의 이름을 합쳐 '큐티메파크' 혹은 '큐위티파크' 등으로 부르고 있었는데요. 이젠 이런 식의 작명을 이어가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사실 AK몰 인수 건만 보면 그렇게 눈에 띄는 행보는 아닙니다. 큐텐은 오프라인 백화점 사업인 AK플라자가 아닌, 온라인 사업만 인수합니다. 인수가 역시 5억원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큐텐의 AK몰 인수에 관심을 갖는 건 이번 행보가 4년 만에 다섯 번째 기업 인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큐텐은 2021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며 국내 유통 시장에 이름을 알렸는데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기업 쇼핑'이 시작됩니다. 첫 타자는 티몬이었죠. 2022년 약 2000억원에 티몬을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구영배의 귀환'을 알립니다. 당시만 해도 이베이코리아 대신 티몬을 선택한 큐텐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죠.

지난해엔 야놀자가 보유 중이던 인터파크의 쇼핑 부문을 추가 인수한 뒤 위메프까지 사들입니다. 이른바 '티메파크' 라인업이 구축됐습니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미국의 쇼핑 플랫폼 '위시'를 약 2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니까 어느 정도 그림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죠. 

구영배의 큰 그림

큐텐의 기본 전략은 인수를 통해 확보한 국내 셀러들의 해외 판매를 돕는 역직구 강화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경쟁에서 다소 밀려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 등을 잇따라 사들인 이유도 이들이 확보한 셀러를 끌어안기 위해서입니다. 큐텐이 성공한 방식을 더 큰 규모로 확장하겠다는 거죠. 

큐텐은 중국산 제품이 주를 이뤘던 동남아시아 시장에 한국 상품을 팔며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때마침 'K-뷰티'와 'K-푸드' 등이 인기를 얻은 게 주효했죠. 현재 큐텐은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총 24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그래픽=비즈워치

위시 인수 역시 아시아 지역의 강자인 큐텐의 손이 닿지 않는 북미·유럽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셀러를 확보하고, 큐텐과 위시를 통해 전세계에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오픈마켓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거죠.

구 대표는 위시를 인수하면서 "전세계 제조, 유통사와 판매자 및 구매자들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포괄적 쇼핑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큐텐그룹의 궁극적 목표인 전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목표는 쿠팡?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직구 셀러 확보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을 모두 인수했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들 플랫폼의 셀러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국내 셀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티몬이나 위메프 중 한 곳을 인수한 후 입점 혜택을 강화해 나머지 셀러들을 끌어들이는 게 낫다는 겁니다.

이에 구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구 대표는 G마켓의 창업자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G마켓 매각 후 첫 국내 행보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도였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양강 구도입니다. 밑으로 SSG닷컵과 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이 한자릿수 점유율로 경쟁 중입니다. 다만 SSG닷컴 정도를 제외하면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11번가는 매물로 나온 지 오래고 G마켓과 옥션은 점유율이 수직 하락 중입니다. 정처없이 헤매는 롯데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의 영향력과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3위 이하 사업자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말하면 중소 이커머스를 모두 흡수해 3위로 올라서면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위메프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를 흡수한 큐텐이 추가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3위권을 노려볼 만합니다.

큐텐의 경우 11번가가 인수 불발 후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만큼 재협상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물러났지만, 신세계그룹 인수 후 몸값이 떨어지고 있는 G마켓의 재인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네이버, 쿠팡과 경쟁하려면 지금보다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건 명확합니다. 업계에서 큐텐의 추가 행보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구영배 대표의 다음 '쇼핑 리스트'에 오를 기업은 어디일까요. 2024년은 아직 8개월이나 남아 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