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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승계 경쟁 시작됐을까?

  • 2023.05.09(화) 07:40

서경배, 차녀에 아모레G 주식 증여
자매간 아모레G 지분차이 0.03%P
"경영권 승계구도 변화는 시기상조"

아모레퍼시픽그룹 승계 구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차녀 서호정씨에게 600억원대 주식을 증여하면서다. 일각에선 서 씨의 경영 참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후계자 1순위인 서민정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에 쏠린 승계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주구성 /그래픽=비즈워치

서 회장, 차녀에 637억 지분 증여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지난 4일 서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67만2000주와 종류주인 아모레G 3우선주 172만8000주를 차녀 서 씨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아모레G 우선주는 2019년 말 709만2200주 규모로 발행된 주식으로, 발행으로부터 10년이 되는 2029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된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총 증여 지분은 2.5%로, 서 씨의 아모레G 보유 지분은 0.16%에서 2.63%로 늘었다.

이번 증여로 서 회장의 아모레G 보유지분은 지난 3월 49.64%에서 47.14%로 줄었다. 여전히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장악하고 있지만, 3세대 경영으로 지분 승계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자매 지분 차는 0.03%P

업계의 관심은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승계구도다. 서 회장은 맏딸인 서민정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을 후계자 1순위로 꼽아왔다. 서 담당은 15세부터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지분을 취득한 후 자회사 지분까지 차근차근 축적해왔다. 서 담당의 보유 지분은 아모레G 2.66%, 이니스프리 18.18%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서 회장의 차녀이자 서 담당의 여 동생인 서호정씨가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서 담당과 동생의 아모레G 지분 차이는 0.03% P(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서 씨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21년 2월부터다. 당시 서 회장은 서 씨에게 아모레G 보통주 10만주를 증여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서씨가 직접 아모레G 주식 7880주를 장내 매수했다. 증여와 별개로 본인의 의지로 직접 아모레G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승계구도 변화는 시기상조"

회사 측은 이번 증여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 회장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관한 것으로 기업 차원에서의 특별한 배경이나 변화는 없다"며 "현재 호정씨의 입사와 경영 참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도 이번 지분 증여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생산관리 업무부터 경력을 쌓아온 서 담당과 달리, 서 씨의 실무 경험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서 담당은 2017년 오산공장 SC제조기술팀에 입사한 후 △2019년 뷰티 영업전략팀 △2021년 아모레퍼시픽 그룹 전략실 △2022년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AP 담당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무엇보다 서 담당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아모레G 주식을 물려받기 위한 승계 밑천을 마련할 대비도 하고 있다. 서 담당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23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성장하고 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식 증여는 경영 승계 보다는 상속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증여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승계 준비라고 하기엔 의결권을 발휘할 수 있는 지분이 양측 모두 크지 않다"면서 "서씨가 회사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다만 서호정씨의 회사 입사 여부에 따라 분위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서 씨가 아모레퍼시픽 그룹에 입사하면 자매간 경영수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경쟁 구도가 생길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서 씨는 1995년생(28세)으로 서 담당보다 4살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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