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입점한 해외브랜드 화장품 매장에서 사용기한이 지나거나 기재되지 않은 테스터(시제품)들이 다수 발견된 가운데, 국내브랜드의 경우 테스터들의 사용기한이 넘지 않았을뿐 아니라 개봉일까지 부착하는 등 상대적으로 꼼꼼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간 관리체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제각각인 관리처
최근 비즈워치 취재 결과, 사용기한 지난 테스터들이 발견된 매장들은 모두 해외브랜드들이었다. ▷관련기사: [뷰티명품의 배신]①화려한 매장 속 철 지난 테스터들(10월11일)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와 LG생활건강의 후 매장에서는 테스터에 사용기한을 넘긴 경우가 발견되지 않았고, 각 테스터에는 개봉일까지 기재돼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화장품 브랜드들을 관리하는 주체의 차이다. 국내 대형 브랜드의 경우 식약처가 생산시설과 판매채널 등 영업장까지 모두 감독한다. 식약처는 3년 주기로 현장 감시를, 제보가 있을 시 수시 감시를 진행한다.
하지만 해외브랜드는 해외에서 생산 제품을 국내 책임판매업자가 수입·유통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해당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는 단순판매업체들의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하고 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단, 사용기한이 지났다는 제보를 받을 경우 식약처가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단속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매장 관리 체계에도 차이가 생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국내 브랜드들은 테스터 관련 지침을 마련해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해외 브랜드들은 물량 공급 문제, 본사와의 소통 문제 등으로 개선이 쉽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제품별 테스터 적정 교체 주기부터 관리 방법, 시기별(일별, 주별, 월별) 체크 리스트, 개봉일 스티커 부착 등 자세한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안내 및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샤넬코리아는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테스터가 발견된 후 시정조치에 나섰지만 재차 사용기한이 지난 테스터가 방치된 게 발견됐다. 그럼에도 기존 제품 관리 프로세스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샤넬코리아 측은 "제품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부분은 회사 중요한 내부 영업 및 운영 방침인 바, 외부 공유에 있어 제약이 있다"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보완 중"이라고 답했다.
사용기한 어겨도 처벌 못해
화장품법에 따라 지자체와 식약처는 화장품 사업자들의 표시기재 사항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기한이 지난 테스터를 진열하거나 사용기한을 아예 기재하지 않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용기한 관련 고발이 들어오더라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현재 화장품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는 게 한계점"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관련 규제의 필요성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사용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판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회기 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처벌수위가 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후 적절한 수위의 처벌을 논의하는 과정이 이어지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사용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이용하더라도 구체적인 피해가 없을 경우 처벌할 수 없어 불법 행위를 방치하는 셈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로썬 사용기한이 지난 화장품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본 이후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춰 화장품 소비자와 사업자간 직접적 협의 △소비자단체 등 제3기관의 알선·조정·중재 △소송 등의 분쟁해결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그나마 패키지에만 사용기한을 적고 테스터 본품에는 적지 않는 관행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지난 8월 화장품 용기나 포장재 중 하나에만 기재해도 되던 사용기한 표시를 양쪽 모두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소비자가 포장재에서 사용기한을 확인하기 어려운 데 따른 불편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이 개정안은 법안 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김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사용기한 기재에 대한 허점을 발견해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법·제도상 개선을 통해 국민의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