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매장에 비치된 테스터(시제품)의 사용기한이 지났는데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테스터에 사용기한을 아예 적지 않은 경우도 확인됐다. 국내 화장품법에서는 용기에 사용기한을 표시하도록 의무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술이나 손 등에 직접 바르는 제품인 만큼 사용기한이 지난 테스터를 사용할 경우 입술이나 입술 주변 피부에 염증 및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용기한 1년 9개월 지난 립스틱
올해 7월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시 소재 21개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내 에스티로더, 맥, 입생로랑, 디올, 바비브라운, 랑콤, 헤라 등 주요 명품 브랜드 립스틱 테스터의 사용기한을 취재한 결과, 사용기한이 최대 1년 9개월까지 지난 제품들이 다수 발견됐다.
갤러리아 명품관 로라메르시에 매장에 비치된 립스틱 테스터 중 3개는 사용기한이 2021년 11월까지로 기재돼 있었다. 무려 1년 9개월 지난 것이다. 같은 백화점 샤넬 매장에서도 사용기한을 3개월가량 초과한 테스터가 진열돼 있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샤넬 매장도 4개월 초과된 테스터를 비치했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방문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디올 매장의 립스틱 35개 중 23개(65.7%)가 사용기한이 1~4개월 지난 상태였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있는 디올 매장에서 임의로 집어든 립 시제품 8개 중 5개는 사용기한이 1~7개월 지난 상태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디올 매장에서도 사용기한이 지난 시제품들이 발견됐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매장에서도 사용기한이 1개월 지난 시제품이 확인됐다.
입생로랑도 사용기한이 지난 테스터를 폐기하지 않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입생로랑 매장에는 사용기한이 4~6개월 이상 지난 립스틱 시제품들이 방치돼 있었다.
사용기한, 확인도 어렵다
사용기한을 알아보기 어렵게 표기하거나 아예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맥(MAC) 립 제품 중 검정색 용기에 담긴 제품들은 모두 검은 글씨로 스티커 내용이 기재돼 사용기한을 확인할 수 없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내 에스티로더도 30개 립스틱 중 1개를 빼고 모두 사용기한 표시가 안 돼 있었다. 이밖에도 신세계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관악점·건대스타시티점, 현대백화점 목동점·압구정점 등 20개 에스티로더 매장에 비치된 테스터들은 사용기한이 기재돼있지 않거나 지워져 숫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신세계백화점 본점, 갤러리아 명품관, 더현대서울 등에 있는 입생로랑 매장에서는 사용기한이 지워지거나 써 있지 않은 제품이 있었다.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등의 바비브라운 매장에서도 사용기한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 않은 립 제품 테스터들이 발견됐다.
매장 측에서도 사용 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일부 인지하고 있었다.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은 "(사용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입술에 바르는 걸 추천하지 않고 손등에 발색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기한 체크는 하는데 (지났다고) 빼둘 수가 없다"며 "본사에서 테스터를 주는 게 맞지만 코로나 이후 발주가 아예 안 될 때도 있고 몇 달 걸릴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