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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미국 Z세대를 사로잡다…'점유율 1위' 도전

  • 2025.10.28(화) 10:10

"식문화는 천천히 뿌리내린다" 인내 결실
케데헌 신드롬에…신라면 매출 40% 급증
2030년 매출 1.7조원 목표…"2배 성장"

농심그룹 유통 계열사 메가마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데일리 시티에서 운영 중인 아시안 마트 브랜드 '자갈치(Jagalchi)'의 농심 매대. / 사진=정헤인 기자 hij@

미국 라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50여 년간 20~30센트 저가 라면으로 시장의 80% 가량을 장악해온 일본 마루짱과 닛신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인스턴트 라면 원조 기업 닛신의 점유율은 최근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해 3위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농심이 채우고 있다. 가격은 서너 배 비싸지만 "맛이 다르다"며 농심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40년 가까이 바닥에서부터 미국 시장을 개척해온 농심아메리카의 전략이 결실을 맺은 덕분이다. 제임스 박 농심아메리카 영업부문장을 만나 농심 미국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메인스트림으로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설립하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4년에는 미국 LA에 법인도 세웠다. 농심의 첫 해외법인이었다.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것은 다시 10여 년이 흐른 2005년이었다. 마루짱을 운영하는 토요스이산, 닛신 등 일본 기업들이 1970년대에 미국 법인과 공장을 세운 것과 비교하면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현재 농심 제품은 미국 전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사는 물론 지역 슈퍼마켓, 편의점, 심지어 주유소에서도 '신라면'을 찾아볼 수 있다. 제임스 박 영업부문장은 "이제 미국에서 농심 제품이 없는 데가 없다"고 자신했다.

제임스 박 농심아메리카 영업부문장. / 사진=농심

여기까지 오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박 부문장은 "2008년에 미국 발령을 받은 후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느낀 것은 식문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뿌리내리는 것이 굉장히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이라며 "핸드폰, 자동차와는 달리 음식은 문화이고 생활이다보니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면 요리에 익숙한 한인과 아시안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편이 안전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이들은 농심의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농심의 목표는 훨씬 컸다. 박 부문장은 "처음에 미국에 공장을 세운 것은 한인이나 아시안들만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미국 주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타깃 매장의 라면 매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그 결과 농심은 코스트코, 월마트, 크로거, 샘스클럽 등 미국 4대 메이저 유통사에 제품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4개 유통사가 농심아메리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박 부문장은 "H마트가 미국 전역에 100여 개 매장이 있고 중국계 마켓도 다 합쳐 200~300개 수준"이라며 "반면 월마트는 5200개, 샘스클럽 600개, 코스트코 620개로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농심아메리카의 주력 고객은 젊은 세대다. 박 부문장은 "라면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이라 10대, 20대 젊은 층이 헤비 유저"라며 "이들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 익숙해 라면 같은 K-푸드도 쉽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처럼

현재  농심아메리카는 '신(SHIN)' 브랜드 강화와 현지화 제품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농심의 간판 상품인 신라면의 신 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농심은 글로벌 차원에서 브랜드를 재정비하며 신 브랜드 중심 전략을 확정했다.

박 부문장은 "신라면은 우리의 코카콜라 클래식과 같은 제품으로 삼는 것"이라며 "코카콜라가 코카콜라 제로, 다이어트 콜라, 딸기맛 콜라 등으로 확장해나갔듯 신 브랜드도 확장해나가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신라면을 '신라면 블랙', '신라면 라이트', '신라면 그린'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농심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에서 글로벌 타깃 신제품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공개해 호평 받았다. 이 제품은 조만간 미국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 군사기지 포트 블리스 컵밥 매장에서 미군들이 농심 라면을 즐기고 있다. / 사진=농심

특히 '신라면 툼바'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했으며 이달 말부터는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 전 점포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박 부문장은 "H마트나 아시안 슈퍼마켓, 아마존에서는 이미 먼저 판매 중인데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크로거까지 입점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축은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이다. 미국에서만 연간 6~7가지 신제품이 나온다. 돈코츠 라면, 부대찌개 라면처럼 현지화한 제품부터 볶음면처럼 트렌디한 제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볶음면용으로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자레인지용 사각용기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사각용기 컵라면은 용기에 물만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돼 미국에서 선호도가 높다. 농심은 사각용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2022년 준공한 제2공장에 2023년 네 번째 라인을 증설했다.

넷플릭스 하우스 입성까지

특히 최근 농심아메리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의 협업이다. 넷플릭스가 식품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은 지난 8월부터 넷플릭스와 손잡고 신라면, 새우깡 등에 케데헌 인기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케데헌 협업 신라면의 인기는 뜨겁다.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대형 유통사에만 납품 중이다보니 지역 슈퍼마켓에서 '왜 우리는 안 주냐'는 문의가 쇄도할 정도다. 박 부문장은 "케데헌 협업 신라면을 코스트코와 월마트에 입점시킨 후 신라면 매출이 4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농심그룹 유통 계열사 메가마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데일리 시티에서 운영 중인 아시안 마트 브랜드 '자갈치(Jagalchi)'에 농심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상품 매대를 마련했다. 농심 매대. / 사진=정헤인 기자 hij@

더 큰 성과는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 입성이다. 넷플릭스 하우스는 넷플릭스가 조만간 선보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매장이다. '오징어게임', '기묘한 이야기', '웬즈데이', '원피스' 등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와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국 필라델피아(2025년 11월)와 달라스(2025년 12월), 라스베이거스(내년)를 시작으로 주요 대도시 오픈이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는 이 곳에서 케데헌 협업 신라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아메리카는 미국 시장에서 케데헌의 인기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부문장은 "한국에서는 케데헌의 인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을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며 "핼러윈 시즌에는 케데헌의 극장 재개봉이 이뤄지는데 이곳에서 신라면을 나눠주는 프로모션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그래미상, 아카데미상 등에서 케데헌이 수상을 하게 되면 더 큰 마케팅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넘어 멕시코까지

농심아메리카는 미국을 넘어 멕시코 시장 공략도 본격화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지점을 개설하고 상주 직원도 배치했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큰 라면 시장이다. 닛신이 이미 장악한 브라질과 달리 멕시코는 아직 기회가 열려 있다. 특히 멕시코는 중위 연령이 30세 미만으로 매우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 농심은 멕시코에서 2030년까지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멕시코가 전 세계에서 SNS 사용이 가장 많은 국가라는 점도 주목된다. 박 부문장은 "최근 SNS 마케팅을 통해 라면을 접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멕시코 같은 국가는 식품 회사에게는 아주 큰 기회"라고 말했다.

농심그룹 유통 계열사 메가마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데일리 시티에서 운영 중인 아시안 마트 브랜드 '자갈치(Jagalchi)'에 농심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상품 매대를 마련했다. 농심 매대. / 사진=정헤인 기자 hij@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도 한창이다. 농심아메리카는 멕시코인들이 좋아하는 라임과 하바네로를 활용한 '쉬림프 앤 하바네로 라면'을 출시했다. 박 부문장은 "얼마 전 멕시코시티에서 600명을 대상으로 경쟁사 제품을 포함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 제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농심아메리카는 현재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 2030년 1조7000억원(약 12억~13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5년 안에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1위 마루짱을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문장은 "최근 성장세가 워낙 좋다"며 "신제품 출시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SNS 마케팅 등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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