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등의 규제가 느슨한 점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은행법을 개정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한 묘수인지, 규제를 우회하려는 꼼수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최종구 "지방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규제 적용"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2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은행이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설립된다면 지방은행에 적용되는 지분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재확인한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국감에서 "지방 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인터넷은행이 지방에 근거를 둔다면 지방은행에 준하는 기준을 두는 게 맞다는 검토가 있었다"고 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다만 아직 '아이디어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방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일 뿐 구체화하거나 마무리되는 단계가 아니다"며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설명했다.
◇ '지방 금융 활성화 + 느슨한 규제'
금융위가 지방에 근거지를 둔 인터넷은행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일단 금융위는 지방 금융 활성화와 고용을 내세우고 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를 설립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지방은행에 적용되는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보유 및 의결권 한도가 각각 15%로 시중은행의 지분보유 10%, 의결권 4%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 심성훈(오른쪽) 케이뱅크 행장과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국내 1, 2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시중은행 규제를 받는 탓에 실질적인 소유주인 KT와 카카오의 경영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이들에 지방은행 규제를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 "은산분리 완화 새로운 꼼수" 지적도
금융위의 이런 구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현행 규제를 회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지난 30일 국감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새로운 꼼수 아니냐"고 지적했고, 참여연대 역시 31일 논평을 통해 '규제 우회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특히 은행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애초에 지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특정 지역을 영업 범위로 제한하고 있는 지방은행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지방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전제로 설계됐으며 은행법상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이 내세운 지방 금융 활성화의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설립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점포 없는 은행'을 추구하는 탓에 인력 채용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에 근거를 둔 인터넷은행 역시 형식적인 '지방 인력 고용'에 그치리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