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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노리는 삼성, 1위 방어전 SK…왜 'HBM4'일까

  • 2024.10.27(일) 15:00

[테크따라잡기]
단자 수 늘고 맞춤형 진화해 기술 변화 예상

/그래픽=비즈워치

변곡점 될 'HBM4'?

최근 반도체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 메모리의 대표격인 'HBM(고대역폭메모리)'입니다. HBM의 가장 큰 수혜주는 SK하이닉스인데요. HBM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17조5731억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조3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했죠.

지난 24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도 HBM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이날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 증가, 수율 로스(Loss), 고객 인증 여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HBM 기술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한 것은 마치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해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통과 소식은 들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3E 8단을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4분기에는 HBM3E 12단 공급도 예정돼 있죠.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사진=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후발주자가 돼 버린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인 HBM4 시장 선점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HBM3E의 경우 이미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상황이니만큼, 다음 세대 제품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죠.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HBM4 등 차세대 개발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HBM4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이전 세대 제품들과 기술적인 차이가 크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날 김규현 담당도 "HBM4에서는 I/O(데이터 입출력 통로)가 2배로 늘어나고 저전력 성능을 위해 새로운 설계가 적용되며, 처음으로 로직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등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하는 이유

그렇다면 HBM4는 어떤 기술 변화가 예고돼 있을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HBM의 기본 개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HBM은 High Bandwidth Memory, 즉 넓은 대역폭을 가진 메모리입니다. 대역폭이란 주어진 시간 내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나 처리량을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HBM은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HBM은 D램 중간에 '데이터 도로' 역할을 하는 실리콘 관통 전극 'TSV'를 뚫습니다. TSV는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고, 적층된 칩 사이에 수천 개의 구멍(I/O)을 뚫어 연결한 것을 뜻하는데요. D램의 층과 층 사이를 엘리베이터처럼 연결해 전송 속도를 높인 것이죠. 

최근 출시된 HBM은 I/O 수가 1024개에 달하는데요. 6세대인 HBM4부터는 I/O의 개수가 2배 더 많은 2048개까지 늘어납니다. 이게 기존 제품과 HBM4의 첫 번째 차이고요.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TSV라는 도로로 전기적 신호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구멍 사이를 전기 신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소재로 채워야 하는데요.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용한 기술이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TC-NCF(Thermo Compression-Non Conductive Film)' 기술을 적용합니다. NCF는 비전도성 접착 필름인데요. D램을 쌓을 때 NCF를 넣은 뒤 열을 가해 압착하는 것이 TC-NCF입니다.

삼성전자는 올 2월 개발한 36GB HBM3E 12단 제품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을 적용했는데요. 이른바 '어드밴스드 TC-NCF'입니다. 칩 사이에 들어가는 NCF 소재의 두께를 낮추고, 열압착 기술을 통해 칩 간 간격을 업계 최소 수준인 7μm(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낮췄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죠.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방식을 사용합니다. 수직 적층된 칩과 회로를 연결할 때 각 칩의 통로 아래에 가교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범프(Micro Bump)를 붙입니다. 이후 열을 가하면 범프의 납 소재가 녹으면서 위아래 칩의 통로가 연결되는 방식이죠. 이를 매스 리플로우(MR, Mass Reflow) 작업이라고 하고요. 몰디드 언더필(MUF, Molded UnderFill)은 칩 사이와 외부에 보호재를 씌우는 작업입니다. 여기 더해 SK하이닉스는 고열로 인한 휘어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칩 제어 기술과 열 방출에 도움이 되는 신규 보호재를 더해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완성해냈죠. 

SK하이닉스의 주요 HBM 패키징 기술./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하지만 HBM4에서는 이 두 기술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앞서 HBM4에는 I/O 개수가 2배로 늘어난다고 했는데요. 비슷한 면적에 2배 많은 I/O를 넣기 위해서는 칩 사이 간격을 더 좁혀야겠죠. 그래서 주목받는 기술이 '하이드리드 본딩'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은 칩을 붙일 때 매개체인 범프를 없애고, 각 칩 표면에 드러난 구리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범프 없이 칩과 칩을 접착하고, 데이터 통로를 곧바로 연결하는 것이죠. 일반적인 본딩 방식에서는 범프의 간격을 10μm 이하 수준으로 낮추기 어려운데요.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은 범프 간격을 μm 이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칩 사이 거리가 좁아지는 만큼 데이터 전송 속도도 높아지고요. 열 성능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한창인 이유도 여기에 있죠.

파운드리까지 가세

또 고객 맞춤형으로 진화하는 시장 흐름에 따라, HBM4는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패키징 형태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이전까지 범용 제품으로 공급했던 것과 달리 각각의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넣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로직 다이 생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추가가 필수적입니다. 로직 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부품입니다. 프로세서 등 다른 칩과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죠. 다이를 만들 때 파운드리의 초미세 공정을 활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전까지 직접 다이를 만들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 업체와 손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죠.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4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손을 잡은 바 있고요.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HBM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TSMC와 손을 잡았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SK하이닉스 HBM3E 제품./사진=SK하이닉스 제공

엔비디아가 내년 4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는 HBM4 8개, 2027년 출시할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됩니다. 기존 블랙웰의 HBM3E보다 더 많은 양의 HBM4가 필요한 건데요. 현재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뒤처지긴 했지만, HBM4 시장에서 승기만 잡는다면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인 거죠.

삼성전자는 HBM4부터 고객 맞춤형 로직다이 제작과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을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인데요. SK하이닉스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SK하이닉스는 이미 시장에서 입증받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HBM 시장에서 리더십을 지켜가겠다는 복안입니다. AI 반도체가 안겨준 왕좌를 지켜내려는 SK하이닉스와 1위 탈환을 노리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어떤 기술력을 보여줄지 기대해 보시죠.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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