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업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적을 내는 곳이 채권 위탁 선정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다량의 채권 위탁이 자금 회수로 이어져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는 구조다.
추심은 채권관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모든 금융업권은 추심활동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직접 추심에 나서는 경우도 있고 수탁을 통해 추심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변동 안 타는 추심업계…핵심은 인력
코스닥 상장사 고려신용정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 47억원에서 3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전년대비 11.0% 확대했다.
고려신용정보는 채권추심에 주력하는 회사다. 금융·통신·민사·상사 부실채권을 위탁받은 후 추심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면 채권자에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최대주주는 지분 15.09%를 갖고 있는 윤의국 회장이다. 윤 회장의 배우자인 신예철 씨가 14.82%를 갖고 있다. 윤 회장의 자녀인 윤태훈 대표와 윤수연 씨가 각각 8.50%, 1.05%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 경기 침체기에는 부실채권이 증가해 채권 수주물량이 많아지지만 채무자 상환능력은 떨어진다. 경기 상승기에는 반대 상황이 연출된다. 어느 한쪽 국면이 추심회사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실적을 좌우하는 요소는 인력 운영 노하우다. 채권 수주를 극대화한 뒤 적법 절차에 따른 추심으로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회수율이 높아지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에 선순환이 일어난다.
1997년 채권추심업에 진출한 고려신용정보는 2015년 이후 매년 35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현재 전국 41개 지사를 두고 대부업체 행복드림금융대부와 용역업체 인터랙션코리아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금융권 전체에서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채무자 상환능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최근 고려신용정보는 올해 경영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심업계 양극화 현상…업무 어려워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이 대량 시장에 유통되고 추심회사 설립 기준이 마련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추심회사는 1998년 12곳에서 2000년대 25곳까지 늘어났다가 현재 23곳으로 압축됐다. 이들 상황이 모두 좋지만은 않다.
23곳 추심회사 중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곳은 고려신용정보를 비롯해 SCI평가정보, 우리신용정보 등으로 많지 않다. 최근 2~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도 있고 심지어 적자로 돌아선 곳도 적지 않다.
여기엔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 노력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1%로 2017년 1월 0.53%, 2018년 1월 0.42%에 이어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채권 위탁 경쟁이 심해졌고 업체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용정보업계 관계자는 "추심은 기본적으로 위탁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23곳 추심회사 중 고려신용정보와 새한신용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가 사실상 금융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 대상 영업 실적이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채무자 권리 강화를 위해 채무조정기준 및 채무조정교섭업 도입과 추심자 선정·관리 기준 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심업계에 부담이 가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무자 권리와 채권자 권리는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