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빅테크의 공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우리은행이 손잡으면서다.
빅테크의 대두 이후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빅테크는 경쟁 상대이면서도 상생 관계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는데 이것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면서도 금융권 일각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금융권 진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금융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우리은행-네이버파이낸셜 손잡다
우리은행은 24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무협약에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금융,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융복한 상품 개발, 플랫폼 금융서비스 제공 등의 협력방안이 담겼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네이버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위한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전 산업의 디지털화에 촉매 역할을 했으며 은행도 이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필수과제"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금융과 플랫폼을 결합한 양사의 융합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우리은행-네이버의 첫 협력작품은 어떻게
두 회사는 첫 번째 공동사업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우리은행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온라인 사업자가 필요한 사업자금을 적시에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도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순수 우리은행 대출 상품의 중개를 맡고 우리은행이 대출 전 과정을 책임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네이버파이낸셜이 취급하고 있던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과는 다른 형태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대출신청과 대출실행을 미래에셋캐피탈이 담당하지만, 대출의 핵심인 대출심사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대출심사는 금융회사의 핵심 업무 중 하나로 금융사 외 외부기관이 할 수 없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의 지정대리인으로 선택된 만큼 네이버파이낸셜이 수행할 수 있었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우리은행의 지정대리인이 아닌 만큼 네이버가 대출에 있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에게 상품을 '소개'만 하고 실제 대출신청, 심사, 실행은 우리은행이 맡게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든 대출 과정은 우리은행에서 진행하는 형태의 대출이 될 것"이라며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 비금융 정보를 받아와 좀 더 정교한 상품이 될 것이며 1금융권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 명확해진 네이버파이낸셜의 전략
금융권에서는 이번 업무협약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업에 어떻게 진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상품을 중개만 하는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고, 금융상품은 종전대로 금융사가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업 라이선스를 직접 획득하기보다는 금융회사와 제휴해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에는 플랫폼 기업이 대출중개업을 할 때 하나의 금융사 상품만 중개해야 하는 일사전속주의도 해제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네이버파이낸셜의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토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이 현재 다양한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있지만, 이는 중개가 아닌 ‘광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헌데 일사전속주의가 해제 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더욱 다양한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금융플랫폼 사업자가 될 공산이 크다.
예컨대 현재 토스에서 하나의 대출상품을 추천받을 경우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로 이동돼 대출신청, 심사, 진행이 이뤄진다. 토스는 고객의 신용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대출상품을 '광고'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제한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플랫폼 기업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을 위해 금융사와 제휴한 것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사는 이들과 공존을 위한 상품개발에 힘써야 하지만 자체 금융플랫폼으로의 지휘확대를 위한 방안을 더욱 빠르게 고민해야 된 시기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