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지난 2019년 야심 차게 인수한 인도네시아 은행이 3년째 발목을 붙잡고 있다.
아직 인도네시아 진출 초기긴 하지만 시중은행 일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유독 고전하고 있어, 기업은행 역시 뒤늦은 진출로 레드오션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IBK인도네시아은행은 지난해 39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후 올 1분기 가까스로 12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 인도네시아 아그리스은행(Bank Agris Tbk)과 미트라니아가은행(PT Bank Mitraniaga Tbk)의 합병 승인 취득 후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상장법인인 IBK인도네시아은행은 2019년 182억원의 적자 후 지난해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영업손실도 132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매출액 또한 2019년 469억원에서 394억원으로 후퇴했다.
기업은행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지점과 사무소를 포함해 15개의 해외점포를 보유 중이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미얀마사무소를 IBK미얀마은행 현지법인으로 출범시켰지만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이 역시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이다. IBK미얀마은행은 지난 1분기 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정부가 2017년 11월 공식 천명한 신남방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책적 목표와 맞물려 국내 은행들의 신남방 국가 진출이 활발했고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이 신설한 해외 현지법인은 6곳으로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 모두 신남방 국가였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가운데 신남방 9개국 내 점포 수는 84개로 42.6%에 달한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은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외국계 금융사들도 상당수 진출한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000억 루피아(약 82억원)의 납입자본금만 있으면 은행 설립이 가능해 지난해 12월 기준 인도네시아 내 은행은 109개에 달한다. 중소형 은행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 30조 루피아(2조3000억원) 이상 대형 은행들이 총자산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의 지난해 말 자산은 8456억원으로 대형 은행에 한참 못 미친다. 자기자본 역시 15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 은행들이 비우량 은행 인수를 조건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채권 비율도 전반적으로 높다.
실제로 지난해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국내 은행 점포들의 순이익은 1900만 달러로 2019년 8700만 달러 대비 63.3%나 급감했다. 아시아 지역 가운데 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KB은행과 비교적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터를 닦은 신한은행조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서 43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신한은행의 경우 7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21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실적 하락을 반영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대해 37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진출 초기인 만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을 낮추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비교적 인도네시아에 일찍 진출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해외법인 이익에서 인도네시아 지역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기업은행도 인도네시아 내 금융사업 범위 확대와 은행 등급 상향을 위해 지난해 증자를 단행하는 등 아직까지는 실탄 투입과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