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금융당국과 주요 국책금융기관 수장 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세간의 관심에 더해 본인 스스로 의욕을 보이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권에서 '한가닥' 했던 '올드보이'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이어서 잘 모르는 경제·금융 분야에서는 검증된 인물들을 중용, '경륜을 산다'는 기조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거론되는 인사들이 너무 '과거형'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금융위원장에 김주현? 검증만 통과하면…
우선 금융당국 수장이 누가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72, 이하 만 나이) 전 총리를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는 추경호(61)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됐다. 추 후보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이 라인에서 손발을 맞출 금융위원장 자리에는 역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주현(63) 여신금융협회장이 꼽히고 있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막판 검증만 남겨둔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작년 8월 취임해 임기가 2년 넘게 남았지만 이달초 새 정부측에 사의를 밝혔다.
김 회장은 1958년생으로 중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5회로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와 동기다. 김 회장은 재무부 과세국, 금융정책실 근무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 금융정책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등을 지냈다.
금융위원장 후보에는 김 회장 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인 신성환(59) 홍익대 교수도 거론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대표적인 금융학자로 재무관리 국제금융 전문가다. 지난 1995년부터 홍익대에 근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한국금융연구원장에 올랐다. 최근에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도 거론된다.
이밖에 김용범(60)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61)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김주현 회장 내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부위원장 후보로는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최종학(58)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도 물망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장 자리는 교체보다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은보 원장이 고 위원장과 비슷한 시기인 작년 8월 취임했지만 정치적 색깔로는 전 정부 인사로 보기 어려운 정통 관료라는 측면에서다. 정 원장의 시장 친화적이면서도 업계에 대한 강한 '그립'이 새 정부와 결이 비슷하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은행 이어 신보·기보도 교체 수순
국책금융기관 수장 자리중 가장 뜨거운 곳은 한국산업은행 회장직이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미리 사의를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지난 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산은은 신임 회장 임명 때까지 최대현 수석부행장(전무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신임 회장에는 이석준(62) 전 국무조정실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26회에 합격, 추 후보자가 기재부 1차관을 할 때 2차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인재 영입 1호'로 발탁해 캠프에 합류했고 인수위에서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난달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으로 부임해 산은에서는 가능성이 흐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후 여러 인사들이 다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을 비롯해 황영기(69) 전 금융투자협회장, 강석훈(57)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수현(66) 전 금감원장 등이 하마평에 주로 이름을 올린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자리도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데 임기가 오는 6월까지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작년 취임해 임기를 2년여 남겼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이 전 회장과 이들 두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여당 소속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과의 금융권 수장 만찬 자리에도 빠졌다. 반면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박종규 금융연구원장, 신현준 금융결제원장,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은 이 자리에 참석, 새 여권 실세와 눈을 맞추면서 남은 임기를 채우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출신 등을 고려해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차관급 이상 경력을 가진 60대 연령층이란 점에서 지적도 나온다. 경륜이나 전문성은 검증됐겠지만 최근 핀테크, 기술융합, 가상자산 등 금융권에 나타나는 빠른 변화를 다루는 데 적합하냐는 의문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