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하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략) 컨틴젼시 플랜(비상계획)도 언제든 가동될 수 있도록 점검·보완하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금융리스크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을 불러모은 긴급회의였다. 전날 임명이 발표되자마자 금융시장 동향과 위험요소를 논의하고, 금융회사들의 잠재리스크 요인과 위기대응여력을 긴급 점검하는 데 투입된 것이다.
"코로나 초기 겪은 금융불안 반복되지 않아야"
김 부위원장은 이 회의를 시작하며 "첫 일정으로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할 만큼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금융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위기 초기 나타났던 일부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이되었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사의 1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시작된 2020년 3월 주요국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추가 외화증거금을 대거 납부하려던 탓에 외환수요가 폭증, 시장 불안이 나타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캐피탈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어 채권시장 불안도 불거졌다.
최근에는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 재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봉쇄 등으로 실물 경기 침체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하는 등(18일 오전 현재 1270원) 시장 변동성이 커져 있다.
김 위원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우리 시장과 시스템 내에 잠재된 리스크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회사 잠재리스크와 가계·기업 등 실물부문 리스크까지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취임 첫 소감으로도 "중차대한 시기에 비상한 각오로 소임을 다해 새 정부 국정 철학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새로 올 금융위원장과 함께 호흡하고 손발을 맞춰 새 정부 국정 철학이 구현될 수 있도록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금융 행정 개혁 과제를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었다.
새 금융위원장보다 먼저 투입
현재 금융위 수장은 전 정부 시기인 작년 임명된 고승범 위원장이다. 하지만 이달 초 이미 사의를 밝혔다. 신임 위원장에는 경제 관료 출신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정부가 금융위 위원장보다 부위원장 임명을 먼저 단행한 것은 불안이 번져가는 상황에서 자칫 정책 대응에 공백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금융위원장 인선은 아직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늘어지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런 배경 속에 선제 대응을 위해 투입됐다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인 김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알려진 금융학자다. 주전공은 화폐금융과 국제금융이다. 대선 때 선거 캠프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인선이 마무리된 한국은행 총재 물망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차관급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부채 '규모' 자체보다는 '건전성'에 주목하는 편이다. 전 정부에서 대출 총량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에 대해서 날 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대출 총량 관리보다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상환여력을 관리하는 정책 방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계부채에 대한 이런 시각은 신임 이창용 한은 총재와는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향후 정책공조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다. 이 총재는 막대한 가계 부채 규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이 총재는 후보자 시기 "당장은 가계부채가 부동산 문제와 연결이 돼 위험요인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과다함을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