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직원들과의 소통에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소통하겠다는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동시에 강석훈 회장은 본점 이전을 위한 추진단을 설립하면서 산업은행 노조를 포함한 직원들과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질 전망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달 7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본점 지방이전에 대한 설명회를 계획했으나 무산됐다. 700명 이상의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강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직원들이 부산이전 반대를 외쳤고, 강 회장은 설명회 참석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후 강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점 부산이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지난달 28일 두번째 직원 간담회를 준비했다.
특히 이 자리는 부산이전 준비를 위한 상설조직인 '이전준비단' 설립을 알리고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마련했지만 또 다시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전준비단을 이끄는 최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직원들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은행에서 사전에 방안을 마련해 이전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회장은 직원 설명회 무산과는 별개로 부산이전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이전준비단에 2개팀 규모인 10여명의 인력을 공식 발령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산은 직원들은 강 회장의 이같은 행보에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 차원을 넘어 직원들 자체적으로 입행 기수(행번)나 부서별로 부산이전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동시에 노조는 대응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당초 산은 노조 개별 파업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었던 만큼 개별 파업 강행보다는 법적 대응을 위한 명분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주목하는 부분은 이전 절차다. 본점 부산이전을 위해선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고, 국가 균형발전특별법에도 이전 기관 대상을 선정한 후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강석훈 회장 주도로 이보다 앞서 내부적으로 이전준비단을 만드는 등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게 산은 노조 입장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당초 부산이전을 위한 전 단계로 300여명의 직원을 발령 내면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검토했지만 인용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어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부산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 등을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