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이전을 둘러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산업은행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간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강석훈 회장이 부산이전 추진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가운데 노조가 부산이전 명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까닭이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법안 소위를 앞두고 있는 만큼 강석훈 회장과 노조 간 소통은 필수적이다.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기 힘든 상황이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소통위원회 전무…'강석훈의 소통' 빨간불
강석훈 회장은 지난 24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산이전과 관련한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 받았다.
현재 산업은행 최대 현안중 하나는 본점 부산이전이다. 이를 위해선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법 개정 취지와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강 회장 역할중 하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의원들을 직접 찾아 관련 현안을 설명한 적은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직원(노조)들과의 소통도 강 회장 과제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석훈 회장이 국감에서 부산이전을 두고 국회 뿐 아니라 노조와의 소통 노력이 없다는 질타를 받은 이유다. ▷관련기사: 강석훈 산은 회장, 부산이전·아시아나 합병 지연 '뭇매'(10월24일)
강 회장 취임 일성은 노조와의 소통이었다. 대표적인 게 소통위원회 구성이다. 강석훈 회장은 취임과 함께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부산이전 등 현안사항에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사가 만나는 소통위원회는 전무하다는 게 산은 노조 설명이다. 사측에서 부산이전 등 현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노조 반발로 무산된 사례는 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제시한 소통위원회는 전혀 없었다"라며 "설명회는 이미 사측이 결론을 내고 직원들에게 사후 통보하는 형식이라 소통이 아닌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직원들과의 소통과 관련해선 노조가 부산이전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만남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산은 노조는 "부산이전이 옳은 결정인지를 따져보는 자리라면 참석하겠지만 오히려 강석훈 회장이 답을 정해놓고(부산이전) 있어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소위 앞뒀는데…진전 가능할까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위해선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수다. 오는 11월 21일 정무위 1소위가 산업은행법 개정 등 법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석훈 회장은 국감에서 법안 소위를 앞두고 정무위 의원들을 만나 부산이전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상 소위를 앞두고 의원들을 만나 설득해 동의를 구한 후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게 관례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은행이 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고, 그동안 지적받았던 노조 설득 문제 등으로 소위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 7월 있었던 소위에서도 '정부 및 산업은행이 입법 절차를 준수해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과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공론·동의 및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강석훈 회장이 강조하는 부산이전 명분을 두고도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등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강조했는데 강 회장은 균형발전보다 동남권 경제 부흥을 최우선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시 경제적 파급효과 78%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정 지역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아닌 전국 각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