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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금융 회장의 조건

  • 2023.01.17(화) 10:22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성과창출 기반…경영능력과 더불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종추천 발표)

"조직 통합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으며…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성공적으로 추진…그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안정성과 수익성 부문 등에서 경영성과…조직운영 면에서도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추천 발표)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 금융권이 시끄럽다. 18일 예정된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를 앞두고 안팎에선 다양한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불확실한 '예상 롱리스트'가 알음알음 나돌면서 우리금융 내부도 시끄럽다. 누구는 정치권 누구에 줄이 닿았고, 경제 관료들은 누굴 민다는 등등의 말이 많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우리금융은 연말연시 영업도, 새해를 맞는 다짐도 오직 회장이 누가될까 하는 술렁임에 파묻혀 있는 꼴이다. 

우리금융지주/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앞서 다른 두 금융지주 회장 인선 때 발표자료를 되짚은 이유는 누가 된다더라 하는 '카더라'에만 휘말리지 말고 제각각 자격조건을 판단해 보는게 어떨까 싶어서다. 다른 금융사들의 회장 선정 때의 평가를 종합하면 우리금융의 회장이 될 이가 갖춰야 할 자격도 유추할 수 있다.

금융지주 수장 선임 결과에 등장하는 덕목들을 추려보면 △경영성과 △경험 △전문성 △조직관리능력 △위기관리능력 △도덕성 △미래 비전 △리더십 △글로벌 감각 등이 있다. 우리금융 회추위도 이런 항목들을 두고 후보들을 추려 나갈 테다.

경영성과나 경험, 전문성은 사실 당연한 자격 조건이다. 회추위가 외부 자문사(헤드헌터)에 추천을 의뢰하며 '최고경영자(CEO)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라는 조건을 넣은 것이 오해를 낳아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4대 금융지주 수장 후보 검증에 그만한 이력은 사실 필수적이다.

특히 작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인수합병에도 나서야 할 시기다. 4대 금융지주 사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금융인·기업가로서의 성적과 경험이 입증돼야 한다. 관료 출신 등 우리금융 외부 인사라도 이에 필적할 이력이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조직관리·위기관리 능력은 최근 우리금융의 실태를 볼 때 더욱 가중치를 둘만한 과목들이다. 작년만 해도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우리금융이라서다. 파생결합펀드(DLF)·라임사태 등은 금융권 전반이 엮인 것이지만 우리금융은 유독 내부통제 이슈에 약점을 더 노출했다.

그런 만큼 조속히 조직을 장악해 구성원들의 기강을 확립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라야 한다. 개인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노린다거나, 내부에서 특정 출신이 조직적으로 민다거나 하는 등의 뒷말이 많은 인물이라면 영(令)이 서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평판에서도 도덕성에 흠결이 없어야 힘이 있다.

우리금융지주 실적 추이/그래픽=비즈니스워치

미래 비전, 글로벌 역량 면에서의 리더십은 금융인으로서 최근까지 업데이트된 현실 감각을 요구하는 자격 조건이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의 금융산업 도전에 맞서는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을 더는 지체할 수 없고, 해외에서의 경쟁력 확보도 해묵은 숙제라서다. 

리더십의 지속성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70세룰(신규 선임 67세)'에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연임까지는 무리 없을 연배여야 안정감 있게 우리금융의 중장기적 성장·경영전략을 펴는 데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금융 구성원들이 조직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회장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은행이 십수년간 정권 손을 타며 갖은 풍파를 겪었기에 더 그렇다. 이번 회장 선임 이후로는 민간 금융사로서 본연의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회장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3연임 중인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이 지난 2014년 처음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됐을 때를 되돌아볼 만하다. 당시 KB금융지주는 전산시스템 교체가 발단이 된 'KB 사태'를 겪은 직후였다. 관료 출신 회장과 정치권 줄이 닿은 행장 사이 알력으로 조직의 사기도 바닥이었다.

KB금융 부사장이던 윤 후보는 기업문화 이해를 통한 조직통합능력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내부 경쟁자들은 물론 막판까지 경합한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도 제쳤다. 

당시 김영진 KB금융 회추위원장(서울대 경영대 교수)은 "윤 후보가 면접 때 'KB 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는 말을 강조하고 실천 전략을 밝힌 것에 회추위원들이 크게 공감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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