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의 매각이 다시 좌초되면서 4전5기 도전도 실패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보험을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보험의 재무상황이 녹록지 않아 섣부르게 인수했다가는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보험의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PEF는 18일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보험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시장에 매물로 나온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했고 7월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관련기사 : 산은, KDB생명 손턴다…하나금융 우선협상대상자로
당시 금융권은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M&A 레이스를 완주할 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하나생명이라는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어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에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KDB생명의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바 있다.
실제 KDB생명의 신지급여력(K-ICS)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크게 하회하는 10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확충이 없으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KDB생명의 매각가 2000억원 가량에 더해 KDB생명 정상화를 위한 자본확충에 추가로 5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100일간의 장고를 거쳤지만 결국 이같은 부담감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측은 KDB생명 인수가 그룹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 인수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실제로는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야 하는 M&A나 마찬가지였다"라며 "금융권 전체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수하며 KDB생명을 인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KDB생명은 이번에도 매각이 불발되면서 5번째 주인찾기에도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금호그룹 정상화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사모펀드를 설립, 구 금호생명을 인수해 사명을 KDB생명으로 바꾸고 경영정상화에 돌입해왔다.
이후 총 4차례(2014년 2차례, 2016년, 2020년)에 걸쳐 매각에 나섰지만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매각 실패 원인도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