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을 보낼 채비를 마쳤다. 주요 계열사 CEO들을 대다수 연임,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사실상 2024년을 마지막으로 함 회장의 임기는 종료되는 만큼 조직 안정을 통해 연임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화보다는 안정 택한 함영주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임기가 마무리 된 8개 계열사 CEO 인선을 마무리했다. 대상이 된 계열사는 △하나캐피탈 △하나생명보험 △하나저축은행 △하나자산신탁 △하나에프앤아이 △하나금융티아이 △하나펀드서비스 △하나벤처스 등이다.
임추위는 하나생명보험의 CEO만 교체하고 나머지 계열사 CEO들은 연임시키기로 했다. 하나생명보험 신규 대표이사에는 남궁원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이 추천됐다.
CEO 대부분을 연임시킨 이유로는 현 시점에서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함영주 회장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들은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하나금융지주의 모든 비은행 계열사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이 지난해 3분기보다 꺾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CEO를 연임시킨 데는 내년에도 올해 만큼이나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변화를 통한 실적 증대보다는 안정적으로 임기를 마무리 하려는 함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추위 역시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증대되고 있다"라며 "조직의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임기 마지막, 연임여부 '촉각'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년(2024년)은 무엇보다 중요한 해다. 함 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다.
함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그룹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2조8578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지주설립 이후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선방한 영향이 컸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수익성 강화가 금융지주들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는 점에 비춰보면 아쉬운 대목으로도 꼽힌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은행 계열사 CEO 대부분을 연임시킨 함 회장의 속내는 무리해서 실적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안정' 속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의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한 해를 앞두고 양적 성장만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듯 하다"고 말했다.
그룹의 성장과는 별개로 금융권은 함영주 회장의 연임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금융당국이 최근 지배구조 개선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 CEO 선임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가 금융회사 CEO들의 교체를 강력하게 희망하면서 주요 금융지주 CEO들이 모두 바뀐 만큼 연임 가능성을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나금융지주는 정관상 70세가 되면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새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2025년 3월 함 회장은 69세가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연임이 가능하나,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을 선출하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로선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