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씨는 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 위반으로 유병자보험 계약을 강제 해지당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간 게 화근이 됐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응급실 침상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게 문제였다. 보험사는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머물면 '입원'에 해당한다며 A씨가 보험가입 때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아 보험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내시경을 하며 대장용종을 제거했던 B씨는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면서 '가입 전 2년 이내에 입원하거나 수술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대장용종제거가 수술에 해당하는 줄 몰랐던 것이다. 이후 암진단을 받은 B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수술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어겼다"며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유병자보험은 건강한 사람이 드는 일반보험보다 고지의무 사항이 적어 심사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점이 되레 소비자 피해를 키우기도 한대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며 보험사들이 가입 간편성만 강조하다 보니 가입자도 고지의무를 소홀히 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A씨와 B씨가 그 사례고요.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은 가입 직후 보험금 청구가 많고 그 내역이 기존질병과 관련된 중증질환이 많다"며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심사 때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그로 인한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대신 보험금 덜 줘요(10월19일)
특히 지난 4월부터는 유병자보험 고지의무가 더 복잡해졌대요. 보험가입자가 신경써야 할 여지가 늘어난 거죠. 알릴의무사항 중 △3개월 내 입원, 수술, 추가검사에 더해 △'질병 확정 진단'·'질병의심 소견'도 고지의무 사항에 필수적으로 포함시킨 건데요.▷관련기사 : [보푸라기]4월부터 유병자보험 가입 더 어려워진대요(3월23일)
쉽게 말해 3개월 내 감기로 병원에 가서 3일치 약을 처방받았던 것도 보험사에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감기(질병) 진단을 받은 거니까요. 이렇게 되면 보험가입 심사 때나, 향후 보험금 지급 과정 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높습니다. 경증인 감기·비염·허리 염좌(삠)로 병원 한 번 다녀온 것도 문제삼을 수 있어서 입니다.
당장 지난주 식사 메뉴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말예요. 병력이 있거나 고령으로 보험가입이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병자보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감원은 "이미 보험사들이 이런 경우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고치도록 했다"는 입장인데요. 되레 분쟁을 더 키울 수 있고, 유병자들의 보험가입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을 '간편보험' 또는 '간편심사보험'으로 명명하는 걸 금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현재도 보험사들은 간편보험이라며 건강보험, 치매보험, 종신보험 등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상품은 쏟아지는 반면 보험료가 건강한 사람이 드는 보험보다 비싸고 보장도 간소화됐다는 안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험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상품 광고와 계약단계에서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야 '간편'이라는 명칭에서 오는 오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