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리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입 필요성을 피력하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통해 금융회사 업무위탁 제도개선과 은행대리업 도입방향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당시에도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졌던 만큼 은행대리업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대리업 도입" 목소리 커지는 이유
금융위는 2020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 방향'에서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은행 경쟁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TF에서 방안을 구체화했고 그해 3분기 중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 상태다.
그러다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입 필요성이 다시 거론됐다. 디지털 금융과 지방 소멸 등으로 인해 은행 영업 점포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4849개로 4년 전(2020년 6월, 5620개)과 비교해 13.7% 감소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국회가 주장·건의한 여러 방안 중 은행대리업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30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점포가 사라지고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다는 우려와 함께 은행대리업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와 도입 요청이 있었다"며 "은행법을 고칠 것인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지 은행대리업 관련해 검토 후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에는 정책 순위에서 밀리며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개정 or 규제 샌드박스?…도입 언제쯤
은행대리업 도입을 위해선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은행법상 '대리점'을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의나 진입규제 등 세부 내용은 없어 은행대리업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현재 우체국에서 결제 등 위탁 형식으로 은행 업무가 허용되는 부분이 있다. 추가적으로 은행 핵심인 여신(대출) 기능을 더해달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대리업이 도입된 국가에선 대부분 은행법에 관련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대리업 해외법제의 사례와 고려사항'보고서에서 "해외 주요 국가들의 은행대리업 법제 사례를 감안하면 은행법으로 은행대리업을 허용할 경우 대리업무 범위와 대리업자 적격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시와 은행 관리책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은행법 개정을 통한 은행대리업 도입은 단 시간 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 위원장이 은행법 개정 자체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언급하면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거론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과 (개정) 전이라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도입할 수 있는 부분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며 "이미 지난해에도 검토한 부분이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규제 샌드박스가 법 개정 전에 가능한 부분은 도입하자는 취지라 기본적인 부분을 정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