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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고객 몰래 대출이자 더 받은 보험사들

  • 2023.11.10(금) 11:01

당국, 보험대출 점검→가산금리 과대계상 지적
보험업계 "사실상 대출이자 인하 지시" 난감
역대급 이익 낸 업계 "상생금융 압박" 비판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출상품중 하나인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에서 보험사들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금리변동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거나, 회사가 내야 할 법인세를 몰래 포함시키는 수법 등이 동원됐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런 점검 결과를 보험사들에게 통보하고 개선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비정상적으로 책정된 대출금리를 정상·합리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압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계약대출금리 구조/그래픽=비즈워치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계약대출 점검 결과 이같은 부당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한 보험을 깨지 않는 대신 쌓여있는 해지환급금의 일정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리는 서비스다. 대출 만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데다, 심사 문턱이 낮아 필요할 때마다 빌리고 갚고를 반복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은행권 대출길이 막힌 서민들이 애용한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산정한다. 기준금리는 보험계약에 지급되는 이자율이며,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유동성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유동성 프리미엄은 다시 '금리변동 위험'과 '예비유동자금 기회비용' 등으로 나뉜다. 

서민 대출에 '몰래' 비용 전가 

/그래픽=비즈워치

금리변동 위험은 보험사가 같은 돈을 대출 대신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률이 감소하는 대가로 부과되는데, 지난 2020년 금감원은 유동성 프리미엄 계산 때 이를 제외하라고 했다.

자산운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금리변동 위험을 대출자에게 전가하는 근거가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일부 보험사들이 '재투자 기회비용' 명목으로 슬그머니 다시 포함시켜 가산금리를 높게 매겼다.

인건비를 주로하는 업무원가에 회사 법인세 비용을 집어 넣거나, 보험계약대출과 연관성이 낮은 부서 인건비까지 포함시켜 이자를 더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보험계약대출과 무관한 이차역마진을 대출 목표이익률에 반영해 가산금리를 높게 매기기도 했다.

자산운용의 책임이 보험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환경에 따라 발생한 손실을 고객에게 일부 떠넘긴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검 결과 다양한 유형의 대출금리 과대계상 사례가 적발됐다"며 "보험사들에게 오는 16일까지 개선계획을 제출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생금융 압박 확산에 보험업계 긴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그래픽=비즈워치

보험업계 일부는 금융당국의 이번 점검을 금리정상화가 아닌 대출금리인하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시작된 '상생금융 시즌2'가 2금융권에도 확산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며 역대급 실적을 거둔 보험업계는 상생 방안 마련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생명보험사는 청년이나 취약계층을 우대하는 저축성 보험 출시를 앞두고 있고 손해보험사는 최대 2%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관련기사 : [은행, 주홍글씨Ⅱ]사회공헌 늘렸지만…억대 연봉 '눈총'(11월8일)·[은행, 주홍글씨Ⅱ]본질은 '금융중개'일 뿐인데…(11월9일) 

여기에 보험계약대출 금리인하도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은행권 '이자 장사'에 작심한 듯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대계상이 적발된 보험계약대출 역시 이자장사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이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 등 확실한 담보를 통해 돈을 떼일 위험이 낮은 데도 평균 연 4~6%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생·손보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9조3702억원으로 지난해말 67조9904억원 대비 1조3798억원 증가했다. 

다만 금감원 측은 이번 점검이 상생금융 확대 주문과 전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계약대출금리 관련 지적사항이 있어 후속조치로 현황을 조사한 것 뿐"이라며 "대출금리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인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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