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 진행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정상화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현안인 까닭이다.
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현재 자율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과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어 대표적 불완전 판매 사례와 제재 수위가 배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은 사업성 평가를 구체화하고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한 경공매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합리적 가격 형성을 통한 실효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분조위 대표 사례, 자율배상 속도낼까
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자율 배상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투자자들과의 협의를 통한 배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은행 내부적으로 불완전 판매 수준에 따라 배상안을 투자자에게 제안하지만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금감원은 조사 결과 발표 시 분조위를 통해 불완전 판매 대표 사례를 만드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표 사례가 자율 배상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부터 조정안을 마련해 통보하면서 배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게 사실"이라며 "대표 사례가 나오면 자율 배상 진행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어 (분조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재 심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감원은 H지수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전달하며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은행권에선 이번 H지수 ELS 사태 관련 CEO 제재까지는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징금 규모와 담당 임직원 징계 수준 등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을 향해 선제적 자율배상 시 제재 수위를 경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자율 배상에 속도가 붙을 경우 제재 수위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자율 배상을 위한 적극적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과징금 뿐 아니라 담당 임직원 제재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중요한 만큼 대표 사례를 기반으로 자율 배상에 속도를 내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PF 정상화 방안, 내달 초 나올 듯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부동산PF 정상화 방안도 금감원 과제 중 하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달 21일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달 중 PF 정상화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이복현 "4월 PF 정상화 플랜 공개…2~3분기께 정상화 작업"(3월21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PF 정상화 방안은 현재 관계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는 어렵고 내달 초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에선 정상화 방안으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정상-보통-악화우려'에서 '정상-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세분화하는 내용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공매 과정을 거쳐 부실 사업장을 신속히 정리한다는 전략이다.
또 경·공매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과 보험업계에 신규자금 투입 등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신속한 부실 사업장 정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을 보더라도 합리적 가격대라면 경·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국의 압박에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면 사업을 청산하기보다 어떻게든 버티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