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메시지가 더 센지를 보면 실세를 알 수 있죠"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관계 설정이다. 김주현(현 금융위원장)·이복현 체제에선 이복현 원장이 실질적으로 금융당국 스피커 역할을 맡았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자칫 양 기관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해질 경우 금융권 역시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병환·이복현 체제에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체제에선 사실 상 이복현 원장의 입김이 더 세다는 게 금융권 평가다.
이복현 원장은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로 검사 출신으로 금감원장 자리에 올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다. 은행들의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 등 정부 목소리를 대변했고, 금융사 CEO 선임 절차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싣는 등 영향력을 키웠다.
반면 김주현 위원장은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시장 안정에 집중하며 묵묵히 역할을 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전례없이 금감원장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금융위-금감원 총선 후 '혼연일체' 또 꺼낼까(4월12일)
이 같은 상황에서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이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취임 후 양 기관의 역학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병환 후보자의 경우 기재부 1차관으로 임명된 지 10개월 만에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앞서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파견됐고 이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에 임명되는 등 이번 정부에서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김병환 후보자에 대해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이 많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 금감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금감원장이 정책 방향을 주도한다고 해도 최종 의사결정은 금융위에서 하는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측면에서 신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갈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환 후보자는 이복현 원장과의 협력에 기대감을 내비친 상황이다. 김 후보자와 이복현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후배 사이다.
김병환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도적으로 협력하고 같이 가야하는 기관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산업발전 방안을 같이 고민하겠다"라며 "(이복현 금감원장과는)경제금융비서관과 1차관 시절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레 협의를 많이 해 호흡을 잘 맞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바짝 '긴장'…'가계 빚' 정책방향 주목
금융권에선 김병환 후보자 취임 후 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김주현 위원장의 경우 후보자 지명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강조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취임 후 연이어 금융시장 불안이 야기되면서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실질적으로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는 진척된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김병환 후보자는 첫 출근길 간담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안정을 꼽은 것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 필요성을 피력했다.
가계부채 대책의 경우 은행권에선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이 상반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과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 등을 고려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두 달 미룬데 반해 금감원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물론 15일부터 관리실태 점검에 나서는 까닭이다. ▷관련기사: 금융위는 미루고 금감원은 현장점검…가계대출 엇박자?(7월4일)
금융위의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지연에 대해 김병환 후보자 역시 정책방향에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에 대해선 금감원 메시지와 같은 방향이다.
김병환 후보자는 "우리 경제와 금융이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며 "제도와 금융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금융위 새 수장 김병환 "과도한 부채 의존도 바꾸고 금투세 폐지해야"(7월5일)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임 후보자의 정책 방향을 아직 가늠할 순 없지만 금융위와 금감원 최연소 수장이라는 공통점 등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과 함께 기재부도 막강한 조직이라 두 수장이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향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가계대출 관련해선 최근 은행들은 혼선이 좀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