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3년 2개월 만에 인하되면서 급전 창구가 막혔던 중·저신용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카드·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금리가 순차적으로 내리면 이들 회사의 대출 정책 역시 완화될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당장엔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2금융권 풍선효과를 억제하고 있어 눈에띄게 대출을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22개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중 신용점수 500점 미만의 차주에게 신용대출을 실행한 곳은 JB우리캐피탈 1곳이었다. 금리는 19.7%로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근접했다.
저신용자 사실상 거부한 '급전 창구'
카드사들은 대출에 더 깐깐했다. 카드론의 경우 KB국민카드가 유일하게 신용점수 500점 미만 고객에게 대출을 내줬지만, 금리는 19.9%였다. 카드론은 카드사의 무담보 대출로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급전 창구로 불린다.
카드론은 대신 신용점수별 금리 차이를 크게 뒀다. △900점 이상 10.72~12.51% △801~900점 12.4~13.37% △701~800점 14.35~15.88% △601~700점 15.64~18.24% △501~600점 16.01~19.54% 등이었다.
캐피탈사의 신용대출은 신용점수별 차등이 덜했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대출금리는 11~13.41%로 카드론보다 1%포인트가량 높았다. 다만 △601~700점 12.46~19.85% △501~600점 14.72~19.9% 등으로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카드론보다 낮은 금리에 대출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이들의 대출금리 역시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여전사들의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도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각각의 금리 조정에 시간 차가 있는 만큼 당장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여전사 조달금리 안정 '청신호'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진 건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여전사의 비용 조달 환경이 악화한 탓이다. 카드·캐피탈사는 수신(예금) 기능이 따로 없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2021년 1~2%대였던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5~6% 수준으로 치솟았다.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22년 11월 6.088%까지 치솟으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인상, 한도·대상 축소 등이 이뤄지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에 몰렸다. 법적으로 최고금리(20%)가 정해진 여전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대상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2~3년 전 조달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탓에 대출 영업을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들어 조달 금리가 안정화되긴 했지만, 건전성 관리와 당국의 가계대출 감독 등에 따라 대출 영업을 마음껏 확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