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단말기와 알뜰폰 요금제를 한눈에 살펴보고 개통까지 할 수 있는 '알뜰폰 스퀘어'가 존폐 위기에 몰렸습니다. 문을 연지 4년 3개월만입니다. 국내에 단 한 곳 밖에 없는 데다, 향후 이전할 후보지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데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인근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가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합니다. 지난 2020년 10월 개소한 지 4년 3개월여 만입니다. KB국민은행 지점이 위치했던 곳에 자리 잡은 알뜰폰 스퀘어는 알뜰폰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편익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됐죠.
국민은행, 머천드코리아, 세종텔레콤, 아이즈비전, 위너스텔, 유니컴즈 등 13개 알뜰폰 사업자가 동참했는데요. 오프라인 채널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국민은행이 주도해 1호점을 개설했죠. 국내에 단 한 곳 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알뜰폰 스퀘어가 정리되는 건 서대문역 인근이 재개발되기 때문입니다. 30년 이상 된 노후 불량 건축물과 좁은 골목, 열악한 가로 환경으로 그간 도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해요. 국민은행 관계자는 "재개발로 알뜰폰 스퀘어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후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금융권 한쪽에선 알뜰폰 스퀘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통상 은행 영업점포의 경우는 3~6개월 전부터 고객들에게 지점 폐쇄 또는 통폐합 혹은 이관 소식을 지점 밖에 써 붙이거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으로 알리는 게 보통이긴 하거든요. 고객들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죠. 이번엔 알뜰폰 영업점이라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점포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대체 부지를 미리미리 확보하고 공지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긴 합니다.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알뜰폰 스퀘어 2호점 개소를 예고한 바 있는데요. 결국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국민은행이 추가 개소 지역을 제안했지만, 알뜰폰사업자들과 개소 시점뿐만 아니라 장소에 대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고요.
알뜰폰 스퀘어 운영의 실효성에 더해,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Liiv M(리브엠)'의 사업 확장과 관련 사업자 간 갈등이 원인이 됐다는 후문입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국민은행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원가 이하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제 살 깎기 식 경쟁을 주도했다고 지적하죠.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등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당장 가입자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국민은행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 알뜰폰 점유율 규제가 14년 전으로 간 사연(2024년 12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