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기가바이트(GB)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월 1만원대에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데이터 도매대가를 대폭 낮출 방침이어서다.
도매대가 내려 통신비 낮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15일 발표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신규사업자 진입 무산과 단말기유통법 폐지 등 정책 환경변화에 대응해 올해 통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집중육성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알뜰폰은 2010년 도입 이후 지난해 9월 기준 가입자가 948만명으로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16.6%를 차지했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과 자생력이 낮은 시장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자회사 5곳의 점유율이 47%에 달해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정부는 이에 통신망 도매대가를 큰 폭으로 인하해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 3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이들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현재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도매대가는 데이터 1메가바이트(MB)당 1.29원이다. 정부는 이를 0.62원까지, 최대 52% 낮추기로 했다. 먼저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를 0.82~0.83원으로 36% 인하한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의 인하 수준이다. 여기에 알뜰폰 사업자가 사용할 데이터를 1년에 5만테라바이트(TB) 이상 선구매하면 도매대가를 추가로 최대 25% 할인한다는 설명이다. 월 단위 대량 할인 금액도 기존 13%에서 18%로 확대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렇게 도매대가를 인하하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매달 1만원대에 2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일단 기본 도매대가를 36% 정도 인하하기 때문에 음성, 문자, 데이터 원가를 따져 단순 계산을 해도 이 정도 여력이라면 충분히 1만원대가 나올 수 있다"며 "도매대가를 낮춘 만큼 알뜰폰 업체에서는 1만원대 20GB 상품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매대가 인하 방안은 다음달 중 고시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풀 MVNO로 자체 요금제 유도
도매대가 할인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아낀 비용으로는 자체 설비에 투자해 풀 알뜰폰(Full MVNO)이 출현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풀 MVNO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통신망은 빌리되 품질이나 이용자 관리 시스템 등 자체 설비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다.
통신사와 풀 MVNO를 추진하는 사업자와의 네트워크 연동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풀 MVNO에 대해선 이통 3사를 모두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SK텔레콤만 의무사업자로 지정돼 있다. 또한 풀 MVNO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금융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알뜰폰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역량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게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하고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도 지정하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실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신규 사업자의 자본금 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고, 기간통신사업 등록 시 이용자 보호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알뜰폰 이용자의 고객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알뜰폰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방침이다.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번 방안이 잘 이행된다면 알뜰폰만의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풀 MVNO 등장 여건이 조성돼 통신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또한 알뜰폰 부정 개통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해 국민들이 걱정 없이 알뜰폰을 믿고 쓸 수 있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이후 진행한 신규사업자 정책 방향과 주파수할당 제도개선 방안 논의결과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결론은 지금까지처럼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시장 참여 기회를 열어두고 수요가 있을 때 추진하는 것으로 났다. 신규 사업자 등이 필요로 하면 정부가 지정한 주파수가 아닌 가용 주파수 범위 내에서 사업자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 등을 정해 정부에 주파수 할당 공고를 제안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주파수 경매 제도도 보완하기로 했다. 주파수 경매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경쟁가격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갖춘 사업자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 시 전액 일시 납부를 원칙으로 하되, 할당 취소 사업자는 해당 대역 주파수 할당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신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