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 후보들이 10대 공약 중 하나로 '청년금융지원'을 내세웠다. 청년 가입 한정 적금을 출시하고 청년에 한해 대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년세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민간 은행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미래적금 약속한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청년미래적금' 도입을 약속했다. 청년미래적금은 2016년 도입됐던 청년내일채움공제(현재 단종) 시즌2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만 18~34세)이 일정 기간 근속하면 본인, 기업, 정부가 매월 납입금을 함께 입금해 목돈 형성을 돕는 제도다. 2년간 납입하면 만기 때 1200만원과 이자를 수령할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를 "청년 요구에 맞춰 개선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최근 청년들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보니 보다 강력한 금융지원안이 수반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가 20대 대선 후보 당시 10%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청년기본적금'을 언급했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에 준하는 강력한 카드가 나올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비슷한 개념인 '청년 재직자 도약계좌' 개선을 제시했다. 가입연령 상한선을 높여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선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했던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원을 5년간 납입하면 5000만원에 최대 연 6%의 이자를 제공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더하면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연 9.5%의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저금리 청년대출에 집중했다. 용도 제한이 없고 취업 후 상환이 가능한 '든든출발자금'이다. 최대 한도는 5000만원, 연 1.7%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해 청년들 대출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학자금대출을 받고 있다면 든든출발자금으로 전환해 한도 내에서 추가 대출도 받을 수 있게 한다.
소속을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 모두 청년 금융지원에 한목소리다. '해방 후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청년들은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청년층 10명 중 4명은 본인을 경제 빈곤층이라고 답했다. 취업도 쉽지 않다. 올해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4000명 증가한 반면 20대 취업자는 17만9000명 감소했다.

청년희망적금 때처럼…?
시중은행들은 청년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은행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통 청년 대상 적금은 일반 예·적금 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다. 가뜩이나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민간 은행에 상당부분 부담이 지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온다.
지난 2022년 청년희망적금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요예측 마저 실패하면서 상당비중 은행 부담으로 돌아왔다. 청년희망적금은 청년 자산형성을 돕고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진행했던 금융상품으로 은행도 동참했다.
은행을 통해 가입 후 월 최대 50만원을 2년 납입하면 납입기간에 따라 정부가 저축장려금(1년차 12만원, 2년차 24만원 합산해 2년 만기 36만원)을 지급하고 은행에서는 최대 6%의 금리를 제공했다.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당시 정부가 조건만 맞으면 모든 신청자에게 가입을 허용한 게 화근이었다. 예상보다 8배나 많은 가입자가 발생하면서 은행은 막대한 금리 부담을 졌다.
저금리 청년대출의 경우에도 사실상 원가 이하로 대출을 내주는 격이라 은행 수익 측면에서는 마냥 반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선 후보들은 청년적금 및 대출 재원조달방안을 정부재정으로 충당하겠다고 뭉뚱그려 제시한 상태다. 은행 역할이 언급된 건 아니지만 대선 후보들이 청년적금 가입기준을 상향하거나 완화하겠다고 시사, 정부 재원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울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 금융지원에 은행 역시 금리 등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가재정이 투입되겠지만 만약 빠르게 바닥났을 시 은행 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면서 "은행에서도 대선 후보들에 따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에) 고금리를 제공하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수요를 조절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