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마침내 계열사 현대무벡스를 지렛대로 한 개인 자금줄의 물꼬를 틀 움직임이다. 소유 중인 전환사채(CB)에 대해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 주식 전환을 개시했다. 때마침 보유 중인 1000억원에 가까운 지분 25% 또한 2주 뒤면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진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무벡스 CB의 비밀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 계열 물류 자동화 및 IT 서비스 업체다. 현대그룹 36개 국내 계열사 중 주력 현대엘리베이터와 더불어 2개 상장사 중 하나다. 작년 3월 NH스팩14호와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 데서 비롯됐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최대주주로서 지분 35.66% 소유 중이다. 현정은 회장 등 오너 일가도 적잖이 가지고 있다. 현 회장 25.31%를 비롯해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4.22%,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차장 0.14%,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 0.18% 등 29.85%에 이른다. 현대무벡스 대주주 지분이 도합 65.52%다.
현대무벡스는 상장 직전인 2020년 6월 칸서스 네오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대상으로 2회차 사모 CB 2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만기 5년(2025년 6월)에 보장수익률 6.5%, 표면이자율 1.5% 짜리다.
주식 전환 조건은 전환가 2050원(액면가 100원)에 행사기간은 발행 1년 뒤인 작년 6월부터 4년간이다. 증시 상장에 따라 추가로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여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언제든 행사가 가능하다. 전환가능주식은 975만6080주다. CB 200억원 중 40%(8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던 이가 현 회장이다.
현 회장 일가 지분 30% 매각해제 초읽기
현 회장이 지난달 25일 CB 80억원 중 절반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인수액은 45억원(주당 2286원)이다. CB 발행 당시 계약에 따라 전환가 대비 11.51%(236원) 이자를 얹어줬다. 나머지 절반은 재계약을 통해 행사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인수자금은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현 회장 소유의 7.83% 중 0.31%(12만6622주)를 담보로 하나금융투자로부터 30억원, 한국증권금융에서 15억원을 빌렸다.
현 회장은 이어 곧바로 지난달 28일 CB 40억원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 195만1216주로 전환했다. 발행주식의 1.86%다. 신주는 오는 16일 상장 예정이다. 현 회장 지분은 25.31%→26.67%(2855만1679주)로 확대된다.
현 회장의 CB 투자수익이 적잖다. 현대무벡스의 현 주식시세가 3595원(2월28일 종가)으로 전환가는 물론 취득가를 훨씬 웃돌고 있어서다. 비록 미실현이익이지만 CB 전환 주식으로 25억원(주당 1309원)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다. 잔여 콜옵션 4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50억원에 이른다.
특히 현 회장은 현대무벡스 상장 이후 현재까지 보유 중인 지분 25.31%에 대해서도 오는 12일부터 현금화가 가능해진다. 현대무벡스가 상장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35.66%는 보호예수기간이 2년6개월이지만, 특수관계인인 현 회장 및 세 자녀 소유의 29.85%는 매각제한 대상에서 풀리는 것.
현 회장의 지분 가치를 현 시세로 따져보면 956억원에 이른다. 정지이 전무도 160억원이나 된다. 이외 정영이 차장 5억원, 정영선 이사 7억원 등이다. 일가 합산 113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2주 뒤에는 주식 현금화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